이른바 ‘사무장병원’의 개설명의자(의사)인 원고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처분의 불가쟁력이 발생한 이상,
그 이후 비례원칙에 따라 환수액 결정에 대한 재량권 일탈ㆍ남용 심사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원고에게 소급적 권리구제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고에게 당초의 환수금액 중 미납 금액 합계에 관하여 새로 납부고지서를 발행한 것은 원고의 법적 지위를 종전보다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 당초의 법적 지위 일부를 단지 확인하는 내용의 처분이므로 원고가 이를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
서 울 행 정 법 원
제 1 4 부
판 결
사 건 2025구합52257 요양급여비용환수고지처분취소신청기각결정
원 고 A
피 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변 론 종 결 2025. 7. 10.
판 결 선 고 2025. 8. 14.
주 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피고가 2024. 7. 3.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비용 합계 589,464,640원 납부고지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6. *. *.경부터 ‘E’와 공동으로 서울 금천구에서 ‘B의원’을 개설․운영하기 시작하였고, E가 탈퇴하자 2016. *. **.부터는 원고 단독으로 ‘C의원’으로 명칭․개설자 변경신고를 마치고 2018. *. **.까지 개설․운영하였다(변경 전․후를 통틀어 ‘이 사건 의원’이라 한다).
나. 피고는, 이 사건 의원이 치과의사인 D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하여 원고 명의로 이 사건 의원을 운영한 기간 동안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합계 1,501,348,760원에 관하여, 2018. 10. 25. 이 사건 의원의 개설명의자인 원고에 대해서는 구 국민건강보험법(2020. 12. 29. 법률 제177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7조 제1항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합계 1,501,348,760원 전액 환수처분을 하였고(이하 ‘당초 환수처분’이라 한다), 실질운영자인 D에 대해서는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합계 1,501,348,760원 전액 환수처분을 하였다.
다. 2018. 10. 25.자 환수처분에 대하여 원고와 D는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호로 공동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원고 부분은 2020. 1. 8. 원고의 소취하로 종결되었다. 그런데 ‘사무장병원’ 사안에서 개설명의자와 실질운영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에 관하여 헌법상 비례원칙에 따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심사가 필요하며 전액 환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2020. 6. 4. 선고 2015두39996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8두44838 판결 등 참조)가 나오자, D의 청구를 인용하여 2018. 10. 25.자 D에 대한 환수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서울행정법원 2021. 1. 21. 선고 2019구합*****, *****(병합)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8. 24. 선고 2021누*****, *****(병합) 판결].
라. 이에 피고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약국) 관련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 직권취소처분을 할 때에 ➀ 의료기관(약국)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사무장과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➁ 요양급여비용 관련 불법운영 기간, ➂ 요양급여비용 금액, ➃ 의료기관(약국) 운영성과의 귀속 및 이익배분의 참여 여부, ➄ 요양급여 내용(자격을 갖춘의료인의 시행 여부 및 과잉진료 해당 여부), ➅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하여요양급여비용 환수금액을 최대 90%까지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재량준칙을 마련한후, 2024. 7. 1. D에 대하여 종전 요양급여비용 합계 1,501,348,760원 환수처분 중 40% 를 감경하여 일부 취소하고 나머지 900,809,270원에 대해서만 환수한다는 재환수결정을 통보하였다(을 제5호증). 한편, 피고는 2024. 7. 3. 원고에게 당초 처분에 의한 환수금액 중 그때까지 납부되지 않은 금액 합계 589,464,640원(= 당초 환수처분 금액1,501,348,760원 – D 변제 금액 816,267,880원 – 원고 변제 금액 95,616,260원)에 관하여 다시 납부고지서를 발행하였다(갑 제6호증, 이하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이라 한다).
마. 이에 원고는, 피고가 2024. 7. 1.자 재환수결정을 통해 이 사건 의원의 실질운영자인 D에 대해서만 감경처분을 하고 개설명의자인 원고에 대해서는 별도의 감경처분을 하지 않은 채 미납액 전부에 대해 다시 납부고지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2024. 8. 28.경 피고에게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4. 11. 29.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11호증, 을 제1~7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1) 공법관계에서는 ‘국민의 실효적인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공법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통한 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법적 안정성 보장’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행정소송법은 처분에 불복하여 제기하는 항고소송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는 날부터 1년 이내라는 제소기간의 제한이 있는 ‘취소소송’과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는 ‘무효확인소송’으로 구분하여 쟁송제도를 2원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며(제4조, 제20조, 제35조), 그에 따라 대법원 판례는 취소소송의 청구인용사유(취소사유)인 ‘단순 위법’과 무효확인소송의 청구인용사유(당연무효사유)인 ‘중대․명백한 하자’를 구분하는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대법원 1997. 5. 9. 선고 95다46722 판결 등 참조). 그 결과로 처분에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소의 이익이 있는 한 제소기간의 제한 없이 언제라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처분에 단순위법사유에 해당하는 하자만 있는 경우에는 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소송에서는 처분의 근거법령에 관한 잘못된 해석에 기초하여 내려진 위법한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은 확정판결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한 민사소송법의 준용 및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에 관한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2088 판결 참조), 위헌법률에 근거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불가쟁력이 발생한 처분에는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미치지 않는 점(대법원 2014. 3. 27. 선고2011두24057 판결 참조)을 고려하면, 처분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제소기간이 도과하여 불가쟁력이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불복할 수 없음이 원칙이며,사후적으로 대법원 판례변경이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져 해당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소급적인 권리구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개별법령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해당 처분의 변경을 요구할 수있는 신청 제도를 규정하고 있거나 그 밖에 해당 처분의 존속을 더 이상 정당화할 수없는 - 판례변경이나 위헌결정 이외의 -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분청을 상대로 해당 처분의 직권취소(변경)를 신청하고 거부 시에는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두11104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두37665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938 판결 등 참조).
2) 행정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은 개별․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행정처분이 원고에게 불리한 내용이 아니라면 원고가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두49953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 사건 사안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은 원고의 법적지위를 종전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이 아니라 당초 환수처분에 따른 법적 지위를 이미 집행․환수된 부분을 제외하고 단지 확인하는 내용의 처분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납부고지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다음과 같다.
1)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두39996 판결 등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한 심사기준을 이 사건 사안에 적용하면, 원고에 대한 당초 요양급여비용 100% 환수처분은 특별한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2) 그러나, 어떤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행정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그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처분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사실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행정처분을 한 때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지만, 처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어떤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를 처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그것이 처분대상이 되는지의 여부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때에는 비록 이를 오인한 하자가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1997. 5. 9. 선고 95다46722 판결 참조). 원고는 이 사건 사무장병원의 개설명의자로서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부당이득 징수처분의 상대방이 될 수 있으며,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는 개별․구체적인 사안을 심리하여 재량고려요소들의 존부를 확인하고 비교․형량해 보아야 비로소 판단이 가능한 사항이므로,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당초 요양급여비용 100% 환수처분에 대하여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더라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지만, 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소취하하여 불가쟁력이 발생하였으므로 사후적인대법원 판례를 근거로는 원고에게 소급적인 권리구제가 허용될 수 없다.
3) 만약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이 원고에게 요양급여비용 중 589,464,640원에 관하여새롭게 부당이득징수금 납부의무를 성립시키는 내용이라면 원고에게 불리한 내용의 처분이므로 당연히 원고에게 불복할 이익을 인정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는, 당초 환수처분에 대하여 불가쟁력이 발생하여 원고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새로 만든 재량준칙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단지 2018. 10. 25.자 원고 및 D에 대한 환수처분에 의해서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 당시까지 실제 집행․환수된 금액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관하여 원고의 납부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취지에서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을 다시 하였던 것이므로, 이는 원고의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이아니어서 이를 다툴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4)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을 통해 일부 직권취소되지 않고 남은 부분(당초 환수처분에 의해 성립한 요양급여비용 589,464,640원 납부의무)에 관하여 원고가 별도로 직권취소신청을 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거부처분을 하면 거부처분 취소소송으로 불복할 여지가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앞서 2. 가. 1)항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쟁송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사건 납부고지처분에 대해 불복할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