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 3일 동안 계속 지각을 하던 망인이 취업 4일째 아침에 출근을 위한 통상적인 경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의 평소 출근 시간에 비추어 출근을 위하여 운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을 배척하고,
망인의 교통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규정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
서 울 행 정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4구합80224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A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 2025. 5. 30.
판 결 선 고 2025. 6. 27.
주 문
1. 피고가 2023. 6. 19.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고 B(19**. *.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23. 1. 25.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자동차 정비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3. 1. 28. 06:49경 전북 임실군 (비실명화로 생략) 편도 1차로 도로를 망인 소유의 D 화물차를 운전하여 성수 방면에서 임실 방향으로 주행하던 도중 도로를 이탈하여 전신주를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두부 손상 등으로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모친인 원고는 2023. 2. 21. 피고에게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으로 출근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 6. 19. ‘이 사건 사고 발생 지점이 망인의 통상 출근 경로에 있기는 하나, 사고 발생 시간과 그 이전 3일간의 출근 시간을 고려했을 때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취업과 관련하여 이동하였다기보다 다른 목적으로 이동하던 도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7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8호는 ‘출퇴근’의 정의에 관하여 ‘취업과 관련하여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 또는 한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의 이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 제37조 제1항 본문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 제1호는 업무상 사고, 제2호는 업무상 질병, 제3호는 출퇴근 재해를 각 규정하여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재해로 구분하고 있으며, 그중 출퇴근 재해에 관하여 위 법 제37조 제1항 제3호 가목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나목은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각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위 법 제37조 제3항은 ‘제1항 제3호 나목의 사고중에서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여 통상적인 경로에 따른 출퇴근 도중 발생한 사고를 출퇴근재해로 보지 아니하는 예외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가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출퇴근하기 위한 통상적인 경로 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다만 피고는, 망인의이 사건 사고 발생 전 3일 동안의 출근 시간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간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이후에도 고철 수집 등의 부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던 도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볼 수 없어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8 내지 18호증, 을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도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이 사건처분은 위법하다.
1) 망인의 자택에서 이 사건 사업장까지의 거리는 약 50km, 소요시간은 약 55분정도이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는 위 이동 경로 중 초반 약 2.6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망인의 자택에서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3분 정도이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에서 이 사건 사업장까지는 약 50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는 오전 6시 50분경에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면 망인은 오전 7시 40분경 이 사건 사업장에 도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이 사건 사업장 소정 출근시간은 오전 8시로 위 예상 도착 시간과 매우 근접한시간이고, 근로자들이 소정 출근시간보다 먼저 출근하여 업무 준비를 하거나 대기하는경우도 종종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일에도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기 위하여 운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2) 원고는 2023. 4. 4. 피고의 재해조사 과정에서 ‘망인이 오전 6시 10분경에 우유한 잔을 마시고 집에서 출발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망인의 자택에서 이 사건 사고 발생장소까지는 약 3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에 의하면 망인이 오전 6시 15분경에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에 도달하였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간과 약35분 정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원고는 위 조사 당시 망인의 평소 출근 시간을 묻는 질문에 대하여 ‘망인은 오전 6시경에 일어나서 아침은 별도로 먹지 않으나 우유로 대체하였다. 자세한 기억은 없으나 오전 6시 10분경에 집에서 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하여 망인의 평소 출근 시간에 관한 기억이 부정확함을 전제로 진술하였고, 이후 이사건 사고 발생 당일의 출근 시간에 대하여는 앞선 진술에 기초하여 ‘평소와 같이 오전 6시경에 일어나 씻고 우유 한 잔 먹고 출근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2023. 12. 27.자 사실확인서에서 ‘망인의 출근시간에 관한 선행 진술은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대략적으로 추정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진술 경위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발생 당일 오전 6시 10분경 집에서 출발하였다’는 원고의진술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오전 6시 10분경에 집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는 망인의 자택에서 이 사건 사업장에 출퇴근하기 위한 통상적인 경로 상에 있는 점, 망인이 오전 6시 10분경에 출발하였을 경우의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 예상 도착 시간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간의 차이가 약 35분에 불과한 점, 망인이 생활용품을 구입하는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망인이 자택 근처에서 고물수집 활동을 한 후 이 사건 사업장으로 출발한 것으로 보더라도 이는 ‘한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의 이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8호에규정된 ‘출퇴근’의 정의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다소 이른 시간에 집에서 출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다고할 수 없다.
3)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와 직장 동료들은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고 출근 첫날인 2023. 3. 21.에는 오전 11시경에 출근하였고, 2023. 3. 22.과 3. 23.에도각 오전 9시경에 출근하여 3일 연속 지각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는 위 진술에 근거하여 망인의 이 사건 사업장 도착 예정 시간이 망인의 평소 출근 시간보다 현저히 이른 시간이므로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기 위하여 운전을 한 것이 아니라 고철 수집 등의 부업을 위하여 운전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을 한 총 일수가 3일에 불과하므로 망인에게 항상 지각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1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 채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므로 근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었던 점, 근로자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출근시간의 구속을 받으므로 망인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정된 시간에 출근하려 하였을 것으로 보는것이 합리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 다소 늦은 시간에 출근을 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할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부업을 위하여 이른 시각부터 운전을 한 것이라고 단
정할 수 없다.
4)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기 전부터 고철, 파지 등을 수집하여 고물 거래업체인 성해상사에 매각해왔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망인이 운전한 화물차의 적재함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파지가 실려있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후에도 고물을 수집하여 매각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망인이 출근 전의 이른 새벽 시간마다 고물을 수집하는 활동을 하였다고 볼만한 뚜렷한 정황은 나타나 있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고물을 수집하기 위하여 운전 중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 E는 ‘망인이 투잡으로 고철 등을 수집하는 것으로 추측되므로 사람이 없는 이른 아침에 고철을 수집하기 위해 그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E의 단순한 추정에 불과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바, 사업주의 위진술만을 근거로 망인이 출근을 위하여 운전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