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인 원고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부터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받고 수사팀으로 하여금 해당 자료(통신내역)를 제출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그 자료가 전혀 별개의 사건에 사용되도록 한 것이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현직 검사로서 8회에 걸쳐 대통령과 검찰조직을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피고인 신분의 전직 법무부장관과 교류한 것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이 위법하지 않다
사 건 2024구합68378 해임처분취소
원 고 A
피 고 법무부장관
변 론 종 결 2025. 4. 24.
판 결 선 고 2025. 7. 10.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대통령이 2024. 3. 6. 원고에게 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원고는 피고가 2024. 3. 6. 한 해임처분의 취소를 구한다고 하였으나, 검사에 대한 해임처분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므로{구 검사징계법(2025. 6. 10. 법률 제209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검사징계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대통령이 2024. 3. 6. 원고에게 한 해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판단한다(다만 국가공무원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대통령이 한 징계처분에 관한 행정소송은 소속 장관을 피고로 하므로, 이 사건 소송의 피고는 여전히 대통령이 아닌 법무부장관이 된다).
--- 판결문 중 ---
다) 원고가 직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수사팀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는지 여부(제1-1 징계사유의 존부)
⑴ 관련 법리
㈎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한데,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직무행위의 목적,그 행위가 당시의 상황에서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있는 것이었는지 여부, 직권 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도2748 판결 등 참조).
㈏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에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766 판결 등 참조). 이 때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1698 판결 등 참조).
⑵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와 위 인정사실 및 을 제34, 36, 3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직권을 남용하여 이사건 수사팀 부장검사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자료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판단된다.
㈎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각 자료가 사용된 윤석열의 수사방해 등 의혹에 대한 감찰 및 징계절차는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범죄(H․B의 강요미수)와 객관적․인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수사팀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이 사건 각 자료를 제출한 것은 구 통신비밀보호법 및 법무부 감찰규정이 정한 원칙이나 기준 등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
㈏ 법무부 감찰규정 제18조 제2항은 감찰관의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관계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자료의 제출 요구에 응할지 여부는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장(검사장)인 원고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고, 원고가 실무 담당자인 이 사건 수사팀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자료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제출하는 사실행위를하도록 하기는 하였다.
㈐ 그러나 구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2020. 8. 5. 대통령령 제30912호로 개정되어 2020. 12. 28. 시행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4항에 따라 형사 제1부에 배당된 일반형사사건의 수사․처리에 관한 사항 및 그에 관련된 사항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1부 부장검사가 분장할 업무이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위임전결규정상 중요사건의 수사기록에 대한 검증․열람․대출 업무의 전결권자도 부장검사인 점(이와 관련하여 제1 차장검사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수사기록 열람․등사 업무는 통상 수사팀이 결정하여 처리하고 있다. 중요사건의 경우 주임검사나 소속 부장검사가 자신의 책임 하에 열람․등사 등의 결재를 하지만, 사전 또는 사후에 차장검사 또는 검사장에게 보고를 해 왔다.”라고 진술하였다), D 사건의 수사팀으로서 해당 사건의 기록을 만들고 관리해 온 이 사건 수사팀이 이 사건 각 자료의 내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수사팀 중 적어도 형사 제1부 부장검사에게는 이 사건 각 자료 제출 여부에 관한 결정 및 그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더구나 당초 제1 차장검사는 감찰담당관의 요구에 대해 관련 규정을 검토하여 제공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공하겠다고 답변한 상태였고, 이 사건 수사팀 역시 감찰담당관 측에 감찰 범위를 알려줄 것과 감찰에 필요한 자료만을 특정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가 거부를 당한 상태였으며, 이에 이 사건 수사팀은 2020. 6. 30.자, 2020. 10.28.자 공문을 통해 추측한 감찰 범위(B에 대한 강요미수 의혹)를 기준으로 B와 H 사이의 통신내역만 제출 가능한 것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그와 같은 수사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감찰 사유나 범위를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제1 차장검사와 이 사건 수사팀 부장검사에게 감찰담당관의 요구대로이 사건 각 자료 전체를 제공할 것을 지시하였다.
㈒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제1 차장검사로부터 법무부 감찰규정 제18조에 따라 D 사건의 수사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감찰담당관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였을 뿐이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관련 형사사건에서 제1 차장검사는, “(원고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보고를 한 사실이 없다. 원고로부터 D 사건의 수사자료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에 따라 이 사건 통신내역을 제출한 다음 사후적으로 원고에게 ‘감찰담당관실에서 감찰 목적과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특정해 주지 않아서 이 사건 수사팀에서 이 사건 통신내역 파일을 제출했다.’고 보고하였을 뿐이다.”라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수사팀도 일치하여 이 사건 통신내역 전체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므로, 이에 반대되는 원고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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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가) 관련 법리
⑴ 구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에서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검사에 대한 징계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가 검사 본인은 물론 검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검사로 하여금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언행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하자는 데 있으므로, 어떠한 행위가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규정 취지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건전한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4두45734 판결 등 참조). 또한 검사를 징계함에 있어 문제되는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는, 공직자로서의 검사의 구체적 언행과 그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 및 사회 일반의 여론, 그리고 검사의 언행이 사회에 미친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건전한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09헌바28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⑵ 현직 공무원이 외부에 자신이 속한 조직 또는 상급자를 비판하는 의견을 공공연히 공표․개진하는 행위는 그것이 비록 행정조직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행정청의 권한행사의 적정화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에게는 그 내용의 진위나 당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행정청 내부의 갈등으로 비춰져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 공표․개진 내용 중에 그 진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나 표현 자체로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려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국민들로 하여금 공무원 본인은 물론 행정조직 전체의 공정성, 중립성, 신중성 등에 대하여 더더욱 의문을 갖게 하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발표행위는 공무원으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4두846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현직 검사의 지위에서 2023. 1. 17.부터 2023. 11. 28.까지 당시 대통령인 윤석열과 검찰조직을 비판하는 공개 발언을 지속하고, 2023. 9. 6. P의 요청을 받고 ‘Q’ 북콘서트 행사에 참석하여 별지1 표 순번 4번 기재 발언을 하며 2023. 11. 28. 원고의 ‘R’ 서적 출간 기념 북토크 인터뷰에 P과 함께 참석한 것1)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해할 우려가 있는 언행으로서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⑴ 원고 스스로 인정하듯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 검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최대 관심사였고, 특히 고위직 검사가 정부나 검찰 수뇌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할 경우 언론에서 주요 뉴스로 다루어 왔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같은 고위직을 지낸 원고가 공공연히 정부나 검찰조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할 경우 해당 발언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⑵ 그럼에도 원고는 언론 인터뷰, 서적 출간 행사, SNS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8회에 걸쳐 대통령과 검찰조직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의 이 사건 발언을 반복하였고, 계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게끔 하였다.
⑶ 원고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윤석열을 ‘검찰 역사상 최악의 정치 검사’, ‘중학교 2학년’으로 지칭하고, 윤석열과 친분이 있거나 근무인연이 있는 검사들을 싸잡아 ‘검찰 내 하나회, 전두환의 하나회’로 표현하는 등 감정적인 표현들을 다수 사용하였다. 또한 ‘친윤 검사들은 보복 수사에 집중한다.’, ‘윤석열 정치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정적 제거와 보복 수단으로 사용한다.’, ‘검사들이 야당 칼질에만 동원돼 있고’라고 발언하는 등 검찰이 항상 어떤 목적을 가지고 특정 세력을 위한 수사만에 집중한다는 취지의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들을 다수 사용하였다.
⑷ 특히 원고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소속 검사들로 하여금 P에 대한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도록 스스로 지휘․감독하였는데,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 등의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던 P가 발간한 책을 홍보하는 행사에 참석하여, ‘검찰 개혁이 제대로 성공했다면 오늘같이 무도한 검찰정권이 생기지 않았을 것’, ‘P 장관께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이런 엄청난 고초를 겪으시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해 너무나 안타깝고 힘들었다.’와 같이 발언함으로써 당초 공소 유지 업무 수행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추어질 수 있는 발언도 하였다.
⑸ 원고는 P와 한 두 차례 북콘서트 등에서 만난 것이 ‘교류’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으며, 검사윤리강령 제14조가 명확성 원칙․과잉금지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그 위반이 곧바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윤리강령 제14조는 검사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외부 접촉을 제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고, 나아가 검사윤리강령운영지침 제9조에서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 역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그 자체로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교류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문화나 사상 따위를 서로 통하게 하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로서 반복성․계속성을 그 개념표지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한 두 차례 만났다고 하여 교류가 아니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더구나 이 부분 징계사유는 원고가 검사윤리강령 제14조를 위반함으로써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구 검사징계법 제2조 제2호)이 아니고, 원고가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자와 교류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함으로써 검사로서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그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였다는 것(구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이므로, 그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이 부분 원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첨부 판결문 참고 바랍니다. -
<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