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두64000 판결문) 남편 폭행 피해 왔는데 난민 심사 거부당한 튀니지 여성··· “심사 다시 하라”

전 남편의 심한 폭행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튀니지 여성에 대해 난민인정 심사를 거부한 출입국 당국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

튀니지 국적 A씨(26)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

 

 

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4두64000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취소
원고, 상고인 A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주광
피고, 피상고인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24. 11. 8. 선고 2024누46776 판결
판 결 선 고 2025. 6. 26.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보충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튀니지 국적의 1999년생 여성이다. 원고는 튀니지에서 거주하던 중 2023. 8. 27.경 의료 사증으로 튀르키예에 입국하여 체류하다가, 2023. 11. 19. 항공기로 튀르키예를 출국하여 2023. 11. 20.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피고로부터 입국심사를 받았으나 입국목적 불분명을 이유로 입국재심실로 안내되었다.
나. 원고는 2023. 11. 24. 피고에게 ‘원고는 튀니지에서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심각한 폭행을 당해 이혼하였고, 이혼 후에도 그로부터 계속해서 폭행, 괴롭힘 및 협박등을 당하였는데도 튀니지 경찰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튀니지로 송환될 경우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을 이유로 박해를 당할 우려가 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난민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하여 줄 것을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고 한다)하였다.
다. 피고는 2023. 12. 1. 원고가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4호 또는 제7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하 ‘이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4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튀르키예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고 한다)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이하 ‘난민의정서’라고 한다)의 가입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난민 수용률을 보여주고 있고 수많은 아랍계 난민도 수용하고 있으며, 원고가 튀르키예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다면 부당하게 거부되었을 것이 라고 속단할 수 없다는 등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튀르키예를 거쳐 대한민국으로온 원고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난민법 제6조는 ‘출입국항에서 하는 신청’이라는 제목 아래 “외국인이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난민인정 신청을 하려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출입국항을 관할하는 지방출 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게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제1항).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제1항에 따라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에 대하여 7일의 범위에서 출입국항에 있는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제2항). 법무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에 대하여는 그 신청서가 제출된 날부터 7일 이내에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며, 그 기간 안에 결정하지 못하면 그 신청자의 입국을 허가하여야 한다(제3항).”라고 하여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출입국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는 외국인에게 난민인정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박해의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는 외국인이 난민인정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출입국항에서 바로 강제송환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출입국항에서 일정 기간 머물게 하면서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할지 여부를 간이한 절차로 신속하게 결정함으로써 난민인정심사제도를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이다.


2) 난민법 제6조 제5항은 출입국항에서 하는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그에 따라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은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를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아니할 수 있는 사유로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 제4호는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를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가 대한민국 출입국항에 도착하기 이전까지 거쳐 온 국가에서 난민인정 심사를 받아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있다면, 그국가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하여 심사를 받도록 대한민국에서의 심사 기회를 주지 않을수 있는 재량을 인정함으로써, 난민인정 심사 절차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데에 있다.이러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제도의 목적과 난민신청자의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난민법 제3조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앞서 본 규정에서 말하는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란 아래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가)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가 출신국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출입국항에 도착하기 이전까지 거쳐 온 국가에 재입국할 수 있음이 보장되어야 한다.

나) 당해 난민신청자가 그 국가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할 경우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로서의 권리,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하고 실질적인 난민인정 심사를 받고, 불복 기회가 부여되며, 난민불인정결정이 확정되기 이전에는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될 우려가 없을 것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 나아가 난민의 요건을 갖추고 있을 경우 난민으로 인정되고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일반화되어 통용되고 있는 기준에 상응하는 지위와 처우가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3) 튀르키예는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의 가입국으로, 다수의 시리아 출신 외국인을 임시 보호의 대상으로 수용하고 있다. 다만 튀르키예의 난민법인 「외국인 및 국제적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난민의 요건으로 박해를 받을 우려의 원인이 되는 사유가 유럽 국가에서 발생한 경우로 제한되어 있고, 유럽 국가 외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정식 난민이 아닌 조건부 난민으로서 임시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제한된 지위만이 부여된다. 임시 보호의 경우에도 긴급하고 임시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 대규모로 튀르키예에 온 외국인에 대하여만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박해를 받을 우려의 원인이 되는 사유로 유럽 국가가 아닌 튀니지에서 발생한 사건을 주장하고 있고, 긴급하고 임시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 대규모로 튀르키예에 입국한 경우도 아닌 원고의 처지에서, 튀르키예에 재입국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할 경우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처지에 있는 원고에게 적용되는 튀르키예의 난민법제등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가 안전한 국가에서 온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4호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 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신청에서 주장하는 ‘이혼한 전 남편의 지속적 괴롭힘’은 튀니지 당국에 보호를 요청하여야 할 문제인데, 튀니지 당국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법제를 정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전 남편의 지속적 괴롭힘을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고, 원고가 경제적 이유로 대한민국에 온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이 사건 신청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난민법 제6조 제5항,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는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를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아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그 밖에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는 행정청이 신청자를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는 소극적 요건이다.
난민법 제6조 제3항은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한 외국인에 대하여 신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비교적 단기간인 7일 이내에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는 한편, 그 기간 안에 이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그 신청자의 입국을 허가하도록 하여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에게 난민인정 심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해의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는 외국인이 출입국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으면서 난민인정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출입국항에서 바로 강제송환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제도의 목적이 있음을 고려하여 보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는 난민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이 외견상 명백한 사안에서 선행적 조치를 취하여 난민인정 심사 절차의 효율성을 제고함에 그 취지가 있지, 그 심사 절차 자체를 간이하게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행정청이 신청자를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는 소극적 요건으로서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의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를 해석․적용할 때는, 출입국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으며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외국인의 난민법상 절차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 신청의 내용 자체에서 법리상 받아들여질 수 없음이 외견상 명백한 이유를 들고 있는 경우, 또는 난민 요건의 주요사실에 관한 주장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는 것을 넘어, 주요사실에 관한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되는 등 난민인정 신청의 이유 없음이 명백히 드러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그 주장의 이유 없음이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근거로 삼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함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원고가 이 사건 신청에서 주장한 내용은, 튀니지로 송환될 경우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과도한 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할 위험이 있는데도, 튀니지 당국으로부터 충 분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남편에 의한 폭력이라고 해도, 그 폭력이 전통적․문화적․종교적 이유를 토대로제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야기․조장․방치되는 등으로써 여성에 대하여 심각한 고통을 수반하는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면,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그러한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이 국적국으로 송환될 경우 다시 동일한 폭력을당하게 될 개별적․구체적인 위험이 있고, 그러한데도 국적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은 그 내용 자체로 법리상 받아들여질 수 없음이 외견상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튀니지가 2017년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성폭력금지법을 제정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그 이후에도 여성 폭력에 대한 보호의 구조적 한계와 현실적 문제 등이 남아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각종 자료가 존재하는 점에서, 원고가 튀니지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할 수 있음이 명백하다고 인정하기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괴롭힘을 당했고 튀니지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거나, 기록에서 이를 믿을 수 없음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볼 정도의 객관적 자료를 찾기 어렵다. 원심도 전 남편으로부터의 지속적 괴롭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경제적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신청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이유 없음이 밝혀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의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대한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엄상필
주 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박영재

2024두64000_판결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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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