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구합87898 판결문) 치과의사가 전문의약품인 모발용제를 주문하여 복용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한 사안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 취소

 

서 울 행 정 법 원
제 6 부
판 결
사 건 2024구합87898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원 고 A
피 고 보건복지부장관
변 론 종 결 2025. 6. 13.
판 결 선 고 2025. 8. 29.

 

주 문
1. 피고가 2024. 9. 5. 원고에게 한 치과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서울 강북구에서 ‘B’를 운영하는 치과의사이다.

 

나. 원고는 2021. 2. 2. 전문의약품으로서 모발용제인 C연질캡슐, D연질캡슐0.5mg, E연질캡슐0.5mg을 주문하고, 2021. 4. 5. 전문의약품으로서 모발용제인 F연질캡슐0.5mg(이하 위 의약품들을 통틀어 ‘이 사건 의약품’이라 한다)을 주문하여 각 복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의약품을 주문하여 원고 본인이 복용한 행위를 ‘이 사건 행위’라 한다).


다. 피고는 2024. 9. 5. 원고에게, 이 사건 행위가 구 의료법(2021. 9. 24. 법률 제184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치과의사로서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개월 15일의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의약품을 구매하여 본인이 복용하는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관계 규정의 내용 및 관련 법리
구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구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을 말하고(제2조 제1항), 그중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의 임무를,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 임무를 수행하며(제2조 제2항 제1호, 제2호),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되려는 사람은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한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제5조). 그리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제27조 제1항본문).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있다(제87조의2 제2항 제2호).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구 의료법을 위반한때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제66조 제1항 제10호). 이처럼 의료법이 의사나 치과의사라고 하더라도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는, 의사와 치과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라. 이 사건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서 정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의료행위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학의 전문적 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써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수술 등의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74. 11. 26. 선고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의약품을 복용한 것은 질병을 예방·치료하기 위하여 진찰하거나 투약한 행위로서 원칙적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취지는 의료행위 상대방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타인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큰 관련성이 없는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자상(自傷)과 같이 자기의 신체에 대하여 이루어지는 침습행위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형사처벌의 대상이나 공법상 규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환자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데(대법원2017. 2. 15. 선고 2014다230535 판결 참조), 여기에서 환자가 의료인을 매개하지 않고 자신에 대하여 직접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배제된다고 볼 특별한 근거는 없다. 일상적으로도 의료인이 아닌 자가 자신의 질병을 스스로의 판단으로 진찰한 후 약품을 취득하여 복용하거나 상처 등을 처치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의료법의 취지나 목적,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해석했을 때, 비의료인이 자신에게 하는 의료행위를 의료법이 전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는 않고,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의료인이 자신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율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의사가 자신의 질병을 직접 진찰하고 투약·치료하는 것도 의료행위’라고 한 대법원 2011도10797 판결 등을 들어 전문의약품인 탈모치료제를 구매·조제·복용하는 일련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이고 그 행정제재의 필요성이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런데 이 판결은 이 사건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제재할 수 없다는 취지이고, 대법원 2011도10797 판결은 자기의 신체에 대한 투약까지 처벌하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마약류에 관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다.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그 면허 범위에 속하지 않는 전문의약품을 처방 없이 구매하여 취득하는 행위 등은 비의료인이 전문의약품을 취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므로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하여 별도의 입법조치 등을 통하여 규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와 같은 규제의 필요성만으로 이 사건 행위를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포섭할 수는 없다.


4) 달리 구 의료법이나 관계 법령이 이 사건 행위를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원고가 이 사건 의약품을 스스로 취득하여 복용한 이외에 제3자에 처방, 투약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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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지
관계 법령
■ 구 의료법(2021. 9. 24. 법률 제184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이하 “간호사”라 한다)를 말한다.
② 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하여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
1.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2.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제5조(의사ㆍ치과의사 및 한의사 면허)
①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제9조에 따른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각호 생략)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각호 생략)
⑤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65조(면허 취소와 재교부)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할수 있다. 다만, 제1호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7. 제27조제5항을 위반하여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의료인 아닌 자에게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로하게 한 경우
제66조(자격정지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제65조제1항제2호의2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10.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
제87조의2(벌칙)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12조제2항 및 제3항, 제18조제3항, 제21조의2제5항·제8항, 제23조제3항, 제27조제1항, 제33조제2항(제82조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만을 말한다)·제8항(제82조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제10항을 위반한 자. 다만, 제12조제3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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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