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계약상대방의 영업양도 등으로 정산금 채권의 귀속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상법 제840조 제1항이 정한 단기 제척기간 도과 후 중재를 신청하였다가 그 중재신청이 각하되자, 감사원이 그 정산금 채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던 공공기관의 실무자급 직원인 원고에 대한 변상판정을 하고 원고의 재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정을 한 사안에서,
원고가 그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위와 같은 단기 제척기간은 법률전문가로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를 간과하기 쉬운 사항인 점, 해당 공공기관이 일정 금액 이상의 채권 회수가 장기간 지연될 때 제척기간 준수 등 채권 회수를 위한 업무 매뉴얼을 갖추거나 교육 등을 실시하였음에도 원고가 그에 따른 업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제척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라면 모르되 그와 같은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자급 직원인 원고가 제척기간을 검토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은 원고의 지위에 비해 원고에게 과도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점, 원고가 그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감사원의 재심의 판정을 취소
서 울 행 정 법 원
제 6 부
판 결
사 건 2024구합71312 재심의판정취소 청구의 소
원 고 A
피 고 감사원
변 론 종 결 2025. 6. 13.
판 결 선 고 2025. 8. 22.
주 문
1. 피고가 2024. 4. 3. 원고에게 2022-재심-**·**·**·**·**·**(병합)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의 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의 판정의 경위
가. 원고 등의 지위
1) 피고의 감사를 받는 기관인 한국가스공사는 1994년경부터 해외 LNG를 수입하기 위해 해운사인 B 주식회사(이하 ‘B’라 한다)와 ‘LNG 전용선 수송계약’을 체결하고, 항해를 단위로 개산금1)을 먼저 지급하되, 다음 연도의 8. 31. 실제 소요된 운항비, 경비 등을 반영하여 운임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해왔다.
2) 원고는 2012. 1. 30.부터 2017. 5. 18.까지2) 한국가스공사 영업본부 수급관리처 LNG수송팀에서 주임 및 대리 직급으로 ‘LNG 전용선 수송계약’에 따른 수송운임 정산 등의 업무(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를 담당하였던 자로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
나. 한국가스공사와 B 사이의 수송비 정산분쟁의 경과
1) B는 한국가스공사의 동의하에 2014. 4. 30. C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에 2014. 7. 1. 자로 LNG 전용선 사업부문을 양도하였다.
2) 한국가스공사는 2014년의 LNG 운임을 정산하여 2015. 12. 14. B에 2014년 상반기 개산금과 실제 운임의 차액인 미화 9,077,953.17달러와 한화 3,210,871,536원(이하‘이 사건 정산금’이라 한다)을 반환할 것을 통보하였고, 같은 날 D에 2014년 하반기 개산금과 실제 운임의 차액인 미화 4,023,523.13달러와 한화 6,821,380,258원을 추가 지급할 예정임을 통보하였다.
3) 그러나 B는 2015. 12. 23. 이 사건 정산금 채무는 D가 인수하였고, 정산 과정에서 B가 참여하지도 않아 금액의 정확성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가스공사가 통보한 이 사건 정산금의 지급을 거부하였다.
4) 한국가스공사는 2016. 1.말경 ‘B와 이 사건 정산금 액수를 확정하고 이를 원칙적으로 D에 청구하되 위 해운사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기로 방침을 수립하였으나, 위 해운사들 사이의 정산금 지급 주체에 관한 이견으로 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5)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는 2016. 4. 1.부터 2016. 8. 7.까지 D에 관한 별도의 LNG 운임 지급을 보류하고, 출자회사인 F 주식회사로 하여금 B에 관한 운임 지급을보류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6) 한국가스공사는 2016. 6. 30. 및 2016. 10.말경 ‘한국가스공사, B, D 3자 간 중재합의를 계속 추진하고, 이후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기로 방침을 수립하고,2017. 2. 24.경까지 중재합의를 추진하였으나 중재합의를 하지 못했다.
다. 한국가스공사 등의 중재신청 경과
1) D는 2018. 3. 16.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한국가스공사가 지급을 보류한 별도 LNG 운임의 지급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하였다(중재 제18111-0049호).한국가스공사는 위 중재 사건에서 이 사건 정산금 채권과의 상계를 주장하였으나, 대한상사중재원은 2019. 12. 9. 이 사건 정산금의 지급의무는 B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가스공사의 상계항변을 배척하였다.
2) 한국가스공사는 2018. 11. 2. B를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이 사건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하였다(중재 제18111-0229호). 그런데 대한상사중재원은2019. 12. 19. ‘중재신청이 LNG 운송계약상 정산마감일인 2015. 8. 31.을 기준으로 상법 제840조 제1항에서 정한 2년의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한국가스공사의 중재신청을 각하하였다.
라. 원고에 대한 피고의 변상판정 및 재심의 판정
1) 위 중재판정 결과,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건 정산금 지급의무가 B에 있었는데도 제척기간의 도과로 이를 회수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2020. 7. 14. 피고에게 감사원법제29조 제1항에 따라 재산상 손해의 발생 사실을 통보하였다.
2) 피고는 회계직원책임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원고가 회계관계직원으로 이 사건 업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중대한 과실로 법령이나 그 밖의 관계 규정 등을 위반하여 한국가스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22. 6. 23. 감사원법 제31조 제2항, 제1항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업무를 담당한 이후로서 이 사건 정산금 채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2015. 12. 23.부터 원고가 이 사건 업무를 담당하지 않게된 2017. 5. 18.까지의 기간에 비례하여 변상금 미화 159,267.78달러와 한화 56,333,000원을 변상할 책임이 있다는 변상판정을 하였다.
3) 원고가 위 변상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의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4. 3. 2022-재심-**·**·**·**·**·**(병합)호로 원고 등의 재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위 재심의 판정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을 ‘이 사건 재심의 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2 내지 14, 16, 27호증, 을 제4 내지 8,10 내지 12, 14, 1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의 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원고에게 2년의 단기제척기간까지 파악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 자체에 없다.
설령 어떠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업무를 담당할 당시 법률자문을 받는 등으로 주의의무를 다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업무를 담당하지 않게 된 후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 제척기간이 도과하였으므로 원고는 제척기간 준수를 위해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다. 이에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제척기간 도과에 원고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는 원고가 적극적으로 이 사건 정산금 채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단순한 부작위를 이유로 거액의 변상책임을 부담시켰고, 관련자들의 권한과 책임수준에관계없이 근무일수에 따라 변상책임 비율을 정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나. 중대한 과실의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회계직원책임법 제4조 제1항은 ‘회계관계직원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법령이나 그 밖의 관계 규정 및 예산에 정하여진 바를 위반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에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단체 등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변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대한 과실을 범한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같은 법 제1조에 규정된 법의 목적 및 같은 법 제3조에서 회계관계직원의 성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회계관계직원이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법령 기타 관계 규정 및 예산에 정하여진 바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성실의무에 위배한 정도가 그 업무내용에 비추어 중대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두549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한국가스공사 회계규정(을 제2호증) 제34조는 제1항에서 ‘업무의 성질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개산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제2항에서 ‘지출원인행위담당자는 개산금의 지급에 따른 업무가 완료되면 지체 없이 정산하고, 이를 정리하여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채권의 회수가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 업무담당자로서는 제척기간이나 소멸시효기간과 같은 채권의 행사기한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확인할필요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업무의 담당자이던 원고에게는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제척기간 확인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존재한다.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회수에 관한 법무법인 H의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제척기간이나 소멸시효기간 등에 대해 질의하지는 않았고 질의사항 중에 ‘기타 법률상 쟁점’이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갑 제6, 7호증), 한정된 비용범위 내에서 법률자문사가 존재하는 모든 법률상 쟁점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으므로 그와 같은 개괄적이고도 포괄적인 질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위채권의 제척기간 확인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 내지 11, 15, 25호증,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회계직원책임법 제4조 제1항이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이 사건 재심의 판정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원고는 2012. 1. 30. 한국가스공사에 입사하여 주임 직급으로 근무하다가, 2016. 4. 1. 대리 직급으로 승진한 실무자이다. 원고가 입사한 이래로 제척기간과 관련한 교육을 받았다거나 그와 관련된 업무매뉴얼을 교부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2) 원고는 2015. 12. 17.경, 2016. 1. 7.경 및 2016. 6. 15.경 한국가스공사 법무팀을 경유하여 법무법인 H에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회수에 관한 각 법률자문을 의뢰하였고, 법무법인 H으로부터 법률자문 의견서를 교부받았는데 그 법률자문 의견서에는 제척기간 등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비록 원고가 소멸시효기간이나 제척기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의하지는 않았지만 상법 제840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2년의 제척기간은 일반적인 소멸시효기간 내지 제척기간보다 짧은 기간이어서 법률전문가로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를 간과하기 쉬운 사항인 것으로 볼 수 있다.
(3) 원고가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회수를 위해 아무런 업무를 수행하지 않다가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한 것도 아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5. 6.경부터 2015. 12. 2.까지 D와 사건 정산금 채권의 정산액 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고, 2015. 12. 14. B에 이 사건 정산금을 반환할 것을 통보하였다. 위와 같은 업무에 이 사건 업무 담당자이던 원고가 관여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B가 2015. 12. 23. 이 사건 정산금의 반환을 거부한 이후 원고는 2015. 12. 17.경, 2016. 1. 7.경 및 2016. 6. 15.경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회수와 관련하여 법무법인 H에 각 법률자문을 의뢰하여 법률자문 의견서를 교부받았다. 한국가스공사는 2016. 1. 29.경 및 2016. 6. 17.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회수를 위해 B, D와의를 하기도 하였는데 위와 같은 업무에도 이 사건 업무 담당자이던 원고가 관여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2016. 6. 30. 및 2016. 10.말경 한국가스공사, B, D 3자 간 중재합의를 위한 업무에도 관여하였다.
(4) 이 사건 정산금 채권의 액수는 미화 9,077,953.17달러 및 한화 3,210,871,536원으로, 감사원의 감사가 종료된 2022. 2. 25. 기준 G은행이 고시한 매매기준율 1199.4원에 의할 때 14,098,968,568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일정 금액 이상의
채권 회수가 장기간 지연될 때 제척기간 준수 등 채권 회수를 위한 업무 매뉴얼을 갖추거나 교육 등을 실시하였음에도 원고가 그에 따른 업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제척기 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라면 모르되, 그와 같은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와 같은 실무자급 직원에게 위와 같은 큰 금액의 채권에 관한 제척기간 등의 검토를 만연히 일임(명시적으로 일임한 바도 없다)하고 원고가 제척기간을 검토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은 원고의 지위에 비해 원고에게 과도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고가 한국가스공사에서 그와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5) 피고는 LNG 수송계약상 운임채권과 정산금 채권 관련 업무는 통상적인 업무이고 해운 관련 채권의 제척기간이 단기라는 사정은 선박 관련 계약업무를 담당하는자로서 숙지해야 하는 사항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해운 관련 실무지식과 법률지식 양자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가스공사 법무팀에서도 제척기간이 문제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그제척기간에 관해 별도의 교육을 받았다는 등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점에다가 그와 같이 통상적 업무임에도 일반적인 경우보다 단기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어 그 기간을 도과하기 쉬운 경우라면 한국가스공사가 먼저 그 확인 및 준수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였어야만 하는데 한국가스공사는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피고 주장과 같은 사정을 이유로 실무자급 직원이었던 원고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