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5390 판결문) 수십년간 기계설비 정비 업무중 폐암(선암)으로 사망한 사안,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근로자에게 흡연력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기계설비 정비 업무에 수십년간 근무하였다가 폐암(선암)으로 사망한 사람에 대하여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직업환경연구원이 조사한 유사사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상당기간 일정 수준의 용접 흄 등 폐암 유발물질에 노출되었고그것이 폐암 발병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을 것임을 추단할 수 있어 해당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선암은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 등 다른 종류의 폐암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흡연과의 관련성이 적은 점 등에 비추어 다소 불리한 감정결과나 해당 근로자에게 흡연력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 사례

 

서 울 행 정 법 원
제 1 3 부
판 결
사 건 2024구합75390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A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 2025. 4. 24.
판 결 선 고 2025. 6. 12.

 

주 문
1. 피고가 2023. 4. 19.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19**년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아래와 같이 1979. *. **.경부터 1996. *. **.경까지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에서, 1997. *. *.경부터 2019. *. **.경까지 D주식회사 등 주식회사 E의 F(이하 ‘F’라 한다)의 여러 하청업체에서 각각 기계, 설비 등의 정비업무에 종사하여 왔다.


나. 망인은 2019. 2. 7.경 G병원에 좌측 무릎 통증으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원발성 폐암을 잠정적으로 진단받았고, 2019. 3. 17.경 H병원에 입원하여 그다음 날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원발성 폐암(선암,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이후 망인은 2019. 7. 23. I병원에 입원하였고, 2019. 7. 28. 위 병원에서 이 사건 상병으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1. 7. 26.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3. 4. 19. ‘망인이 압연공정의 기계설비 보수 작업에서 호흡기 발암 물질에 노출되었을 수 있으나 그 노출 수준이 낮았고, 그 외 공정의 기계 등 수리 작업 과정에서 용접 흄에 노출되었을 수 있으나 망인의 작업 기간 중 용접 작업의 빈도가 낮았고 그 시간도 적어 용접 흄의 노출량도 적었으며, 기계설비 정비·수리 작업에서 유의미한 발암물질에의 노출은 없었거나 적었다.’는 이유를 들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2023. 6. 1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06조 제1항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4. 4. 18.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이 C나 F의 여러 하청업체에서 수행하였던 기계, 설비 등의 정비업무 중 용접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고, 망인이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용접 흄이나 금속분진 등에 노출됨에 따라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유지보수 근로자는 사무직·생산직 근로자와 비교할 때 암 이환율이 유의미하게 높은 점, 정비직 협력사 근로자의 폐암 발생 위험비는 4.31로 매우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도 망인과같이 용접 작업의 비중이 높았던 다른 근로자들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2007. 6. 1. 선고 2005두517 판결 등).

 

다. 판단
1) 앞서 든 증거, 갑 제7, 9, 14, 15,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2018년경 용접 작업을 수행할 경우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용접 흄을 인체에 대한 발암성이 확실한 폐암 물질로 지정하였다[직업환경연구원이 2023. 3. 22. 작성한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회신서(갑 제7호증, 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 회신서’라 한다) 제8면 등 참조].

 

나) 망인은 30여 년간 F 하청업체 등에서 근무하면서 기계정비와 수리, 설치 작업 등을 함께 수행하였는데, 제철소 생산 공정에서의 기계, 설비 수리·정비 업무에서용접 작업의 비중이 작지 않았고, 바쁠 때에는 밤낮 구분 없이 용접 작업을 하였으며, 철야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용접 작업 시 작업장에 코크스(석탄) 원료 가루와 분진이 많이 날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으며, 눈을 뜨기 힘들고 콧구멍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였으나, 작업장에는 별다른 방진설비가 없었다. 망인이 근무를 시작한 초기에는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하였고, 이후 거름망이 좋지 않은 얇은 마스크를 한 달에 약 5개 정도지급받았다[갑 제15, 16호증(L, M 작성의 각 진술서) 참조].

 

다) 직업환경연구원이 2023. 7. 19. 작성한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회신서(갑 제9호증, 이하 ‘유사 사안의 역학조사 회신서’라 한다)에는 ‘1983. 1. 17.경부터 2016. 5. 6.경까지 C 또는 F의 하청업체에서 근무하였던 다른 근로자(이하 ‘유사 사안 근로자’라한다)는 주로 냉연 및 전기강판 공장에서 룰 정비 작업을 수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용접 흄과 금속 흄에 노출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거 작업은 현재보다 더 열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환경에서 근무한 근로자는 현재보다 용접 흄이나 금속 흄에 더 높은 농도로 노출될 수 있다. 현재는 용접 작업을 거의 수행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전체 작업 중 용접 작업의 비율이 30%로 높았다는 점과 33년 2개월가량의 근무기간 등을 감안하면 유사 사안 근로자의 금속 흄을 포함한 용접 흄에 대한 누적 노출량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사 사안 근로자가 원발성 폐암에 걸리게 된 것은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단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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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일반적으로 압연설비 등 수리·정비 작업을 하는 경우 용접 작업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보이는 점, ② 오랫동안 망인과 함께 근무한 동료 근로자들은 공통적으로 망인이 방진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수십 년 이상 높은 강도로 용접 작업을 수행하면서 용접 흄이나 금속분진을 흡입하였다고 진술한 점, ③ 직업환경연구원은 과거에는 전체 작업 중 용접 작업의 비율이 30% 정도로 높았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C나 F의 하청업체에서 장기간 기계정비 작업 등을 수행하였던 유사 사안 근로자의 폐암 발병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C와 F의 하청업체에서 수행하였던 업무 중 용접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았고, 이에 따라 망인은 장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용접 흄등 폐암 유발물질에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망인의 업무내용 또는 근무 조건이나 환경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3) 갑 제7호증 및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J병원장(직업환경의학과)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만으로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역학조사 회신서에는 ‘2022년 상/하반기 F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망인이 근무하였던 압연정비 섹션에는 6가 크롬, 니켈, 산류 및 기타금속 분진의 농도가 모두 낮은 것으로 확인되는 점에 비추어 망인이 근무하였을 당시의 작업환경은 최근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이 가장 최근에 근무하였던 K 주식회사에서 용접 작업의 비중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망인의 용접 흄에 대한 누적 노출량은 적었다고 판단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① 망인이 K 주식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은 1년 11개월에 불과하고, 그근무 기간도 최근이어서 위 작업현장의 현 상태를 기준으로 30여 년간 망인의 용접 흄에 대한 누적 노출량을 추단할 수는 없는 점, ② 이 사건 역학조사 회신서는 망인이 1979. 6. 18.경부터 2019. 1. 31.경까지 실제로 근무하였던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채 2022년도를 기준으로 작성된 F 작업환경측정결과를 기초로 막연히 30여 년 전의 근무환경이 2022년도의 근무 환경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평가하였는데, 이는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국제암연구회가 2018년에 이르러 용접 흄을 발암성이 확실한 폐암 물질로 지정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그 유해성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F 등 산업현장에 용접 흄 등 유해물질에 대한 방진설비 등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④ F 하청업체 등에서오랫동안 망인과 함께 근무한 L과 M도 ‘옛날과 지금은 작업 내용이나 환경이 완전히 다르고 근무환경이 열악하였다. 망인과 함께 일하던 때에 제철소에서 나오는 분진 같은 것이 얼마나 나쁜지 잘 몰랐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역학조사 회신서의 내용만으로 망인이 용접 흄 등 발암물질에 적게 노출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망인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 30갑년의 흡연력이 확인되고(을 제1호증), 일반적으로 흡연력은 폐암 발병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 사건 상병의 경우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 등 다른 종류의 폐암에 비하여 흡연과의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법원의 J병원장(직업환경의학과)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2024. 12. 26. 자 진료기록감정서 제7면 5-3항)].

이에 더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용접 흄에 대한 누적 노출량이 상당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망인의 용접 흄에 대한 노출이 흡연과 결합하여 이사건 상병의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망인의 흡연력만을 이유로 망인의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J병원(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망인의 직업적분진 노출보다는 흡연력이 폐암 발생에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감정의견을 밝혔는데, 위 감정의견은 이 사건 역학조사 회신서와 같이 망인이 용접 작업을 많이 수행하지 않아 용접 흄에 많이 노출되지않았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수행하였던 업무 중 용접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망인은 장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용접 흄 등 폐암 유발물질에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감정의견만으로 망인의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4) 이상 살핀 바와 같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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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