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구단75072 판결문)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 교차로 부근에서 좌회전 도중 반대 차선의 직진 차량과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으나, 당시의 상황 등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중앙선 침범행위가 업무상 재해성을 부정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보험급여를 부정할 필요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서 울 행 정 법 원
판 결
사 건 2024구단7507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 고 A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 2025. 7. 11.
판 결 선 고 2025. 8. 22.


주 문
1. 피고가 2024. 9. 20.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4. 1. 13. 서산시 주식회사 B 소속으로 고용되어 덕트 작업을 진행하였다.


나. 원고는 덕트 작업에 부족한 자재를 구매하기 위하여, (비실명화로 생략) F 화물차(이하 ‘원고 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여 09:46경 서산시 (비실명화로 생략)에 위치한 C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중 맞은편에서 직진하던 D 운전의 (비실명화로 생략) E 승용차(이하 ‘상대 차량’이라 한다)의 앞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원고는 ‘상세불명의 사지마비, 목척수의 손상, 후종인대의골화, 경부’(이하 통틀어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등의 부상을 입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9. 20.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중과실(중앙선침범)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로 판단되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교차로 부근 도로이다. 원고는 반대 차선에서 상대 차량이 주유소 부근에 있는 것을 보고 약 10km/h의 속도로 좌회전을 하였는데, 예상과 달리 상대 차량이 빠르게 도착하여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업무상 재해의 예외 사유로 규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 등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하지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5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또는 사정들을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업무를 위한 운전 중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 예방과 그 밖의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제1조)로 삼고 있다. 산재보험법의 위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이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에 따른 부상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닌 업무외적인 관계에 기인하는 행위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으로, 우연성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한 경우에는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누85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조항에서 ‘범죄행위’는법문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 취지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고 재해의직접 원인이 되는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적용함이 타당하다.


나) 원고는 집진설비용 덕트제작 및 설치 작업을 위하여 고용된 일용직 직원으로,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필요한 자재를 구매하기 위하여 원고의 기존 거래처인 G로 가기 위하여 원고 차량을 운전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 현황은 아래 약도와 같다.

 

-비실명화로 생략-

 

위 약도의 C에서 고풍리 방향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은 일반적으로 C 부근의 흰색 선까지 접근 후, 점멸등이 설치된 곳에서 반대 차선에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좌회전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원고 차량의 선행 차량이 서행하는 상황에서 상대 차량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하였음에도 상대 차량의 운행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만연히 판단 후 중앙선을 넘어 시속 10km 속도로 좌회전을 하다가 상대 차량을 추돌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중과실에 해당하기는 하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C의 구조, 갑 제10호증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사고 장소를 통행하는 차량이 상당히 적은 점, 원고 차량에 선행하던 차량의 속도가 상당히 느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고의에 준할 만큼의 현저히 중대한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라) 범죄행위에 대해 과해지는 법정형의 형종과 형량은 그 범죄행위의 죄질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된 불법 및 책임에 따른 비난의 정도에 관한 사회적 평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한데, 원고는 중과실로 저지른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약식명령이 청구되어 벌금 1,500,000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의 중앙선 침범행위가 형사처벌에서 나아가 업무상 재해성을 부정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보험급여를 부정하여야 할 필요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