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5도6239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손지원
원 심 판 결 부산지방법원 2025. 4. 10. 선고 2024노3774 판결
판 결 선 고 2025. 8. 2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환경공단 B사업소 C팀에 근무하는 자이고 D는 위 사업소 E팀에 근무했던 자이다. 누구든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초과근무수당을 부정수급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D를 고발하기로 마음먹고, 2019. 4. 6.경 부산환경공단에서 발송한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변경완료알림’을 통해 D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낸 다음 D의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정보가 기재된 고발장을 작성하여 2021. 1. 4.경 부산연제구 토곡로 26에 있는 부산연제경찰서 민원실에 D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D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용도로 이용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에 D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이하 ‘개인정보보호법’이라 한다)제19조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이 인정되며,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및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제19조).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고소ㆍ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나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ㆍ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1759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에 D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1)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34조 제1항). 피고인은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여러 명의 부산환경공단근로자들을 고발하였는데, D에 대한 고발 역시 같은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에 기재한 D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이하 ‘이 사건 개인정보’라 한다)는 부산환경공단이 피고인을 공람자로 지정한 통상적인 공문 열람 등을 통해 알게 된 것일 뿐이다.
3) 고발은 수사기관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이다. 사법경찰관이 고발을 받은 때에는 신속히 조사할 의무가 있다(형사소송법 제238조). 피고인은 고발대상자의 처벌을 구하고자 고발장을 제출하였고, 이 사건 개인정보는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고발대상자를 특정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이다.
4) 고발을 받은 수사기관은 이 사건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또 그 확보가 필요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고발장에 이 사건 개인정보를 기재함으로 인해 D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고발장을 제출받은 수사기관이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형법 제20조에서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이숙연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이흥구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오석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노경필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