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5다209756 손해배상(기)
원고, 피상고인 A
피고, 상고인 B
원 심 판 결 인천지방법원 2025. 1. 15. 선고 2023나73048 판결
판 결 선 고 2025. 9. 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변호사인 피고는 D와 C 사이의 대전지방법원 2021가단7334 사건(이하 ‘종전 소송’이라 한다)에서 C의 소송사무를 위임받아 수행하였다.
나. E은 2021. 5.경 F으로부터 원고와 G가 작성하였다는 이 사건 계약서 사진을 전달받아 이를 다시 피고에게 전달하였다. 이 사건 계약서에는 원고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다. 피고는 종전 소송에서 이 사건 계약서 사진을 2022. 6. 8. 자 준비서면에 첨부하여 서증으로 제출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이 사건 계약서를 피고가 준비서면에 첨부하여 서증으로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에서 금지하는 ‘개인정보 누설’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하는 예외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있고(제17조, 제18조),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9조).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을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의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ㆍ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법익 내용과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367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1) 종전 소송에서 소송대리인이었던 피고는 “상대방 당사자인 D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원고는 변호사 자격이 없음에도 이른바 ‘H 사건’(다단계판매 및 방문판매를 하는 J 그룹에 대한 투자 관련 분쟁)과 관련하여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사건을 수임하여 고소장 작성 등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D의 주장은 원고에 의해 왜곡된 일방적주장이며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 2022. 6. 8. 자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 이에 첨부하여 H 사건의 투자자로 보이는 G와 원고 명의의 이 사건 계약서 사진을 서증으로 제출하였다. 이 사건 계약서의 내용은 “원고는 G에게 소송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G가 수수하는 피해보상금의 50%를 지급받는다”라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을 뒷받침함으로써 D 주장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서를 종전 소송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이 사건 계약서에는 원고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사실대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H 사건과 관련하여 다수의 투자자를 위한 고소대리인으로서 고소장 작성및 제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을 한 바 있으므로, 그 사건의 투자상대방측 변호인으로 형사절차 등에 관여해 왔던 피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다고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E과 F은 모두 H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로 보이는데, 피고는 E으로부터 F이 직접 촬영하였다고 하는 이 사건 계약서 사진을 전송받아 종전 소송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였고, 그 사진의 취득 과정에서 다른 법익을 침해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4) 이 사건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개인정보의 내용은 원고의 성명, 주민등록번호,주소, 전화번호로서 계약 당사자의 특정에 필요한 정보의 범위를 넘지 않고, 사상ㆍ신념, 노동조합ㆍ정당의 가입ㆍ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및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은 개인정보의 성격에 더하여,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공공기관의 지위 에 있는 법원인 사정까지 고려하면,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5) 소송기록의 열람ㆍ복사 등 절차에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이 적용되므로, 이사건 계약서에 기재된 개인정보가 종전 소송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도 크지 않다.
다. 이러한 사실 또는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피고의 위 행위를 위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권영준
주 심 대법관 엄상필
대법관 박영재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