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다326022 판결문) 소멸시효 뒤 채무승인 "빚 갚겠다는 것 아냐"

 

대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4다326022 공사대금
원고, 피상고인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해송
담당변호사 배교연
피고, 상고인 B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성진
원 심 판 결 창원지방법원 2024. 12. 19. 선고 2023나117584 판결
판 결 선 고 2025. 8. 2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였다면 시효 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추정된다’는 법리(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4796 판결 등)에 근거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대리인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미지급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채무를 승인하였고, 공사대금 미지급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를 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는 서로 구별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승인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관념의 통지이다. 시효이익 포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알면서 이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의사표시이다. 이처럼 시효이익 포기는 단순히 채무에 관한 인식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시효이익의 포기라는 법적 효과를 의욕하는 효과의사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채무승인과 뚜렷하게구별된다. 이러한 효과의사는 채무자에게 불리한 법적 결과를 채무자의 자기결정에 따라 정당화하는 시효이익 포기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는 채무승인 행위에는 요구되지않는 요소이므로,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승인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나.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본다. 피고의 대리인이 이 사건 공사대금 미지급 사실을 인정하여 채무를 승인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 그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추정할 수 없다. 또한 피고의 대리인이 원고 대표이사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의 미지급 사실 등에 대하여 사과하였더라도, 그 행위의 진정한 의도가 시효이익 포기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 사과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채무승인을 하거나 채권자에게 사과한 사실로부터 곧바로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경필
주 심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이숙연

 

2024다326022_판결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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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