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도7386 판결문) 후임 아파트 회장에 인감 인계 거부‥대법 "업무방해 아냐"

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4도7386 업무방해(예비적 죄명 업무상 횡령, 절도)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현근(국선)
원 심 판 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4. 25. 선고 2023노3631 판결
판 결 선 고 2025. 9. 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주위적 공소사실(업무방해 부분)의 요지
피고인은 남양주시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제11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자이고, 피해자 C은 새로 선임된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다.
피고인은 2021. 4. 1.경 피해자가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당선되어 임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은행거래용 인감도장(이하 ‘이 사건 인감’이라 한다)을 보관하고 있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그 인감도장의 인도를 거부하고, 사업자등록증 원본(이하 ‘이 사건 사업자등록증 원본’이라 하고, 이 사건 인감과 통틀어 칭할 때는 ‘이 사건 인감 등’이라 한다) 반환요구를 거부하는 등 위력으로 피해자의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후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이 사건 인감 등의 인도 또는 반환요구를 거부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업무방해죄와 같이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작위를 실행행위로서의 작위와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3211 판결 참조). 행위자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그에 준하는 소극적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피해자의 업무에 대하여 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러한 가치를 가진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동기, 목적, 행위의 양태, 업무의 종류와 내용, 피해자의 지위, 피해자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 사실관계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고인이 피해자에게 단순히 이 사건 인감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써 피해자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방해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1)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의 지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인감 등의 인계를 요구받자, 단순히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인감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이를 반환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피고인이 이러한 소극적인 행위를 넘어서 이 사건 인감 등을 사용하여 회장 행세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사업자등록증 원본의 경우, 이 사건 인감과 달리 처음부터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선거 직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교부받은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은 관리소장의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사업자등록증 원본을 교부받았을 뿐, 그 과정에서 관리소장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물리력이나 강제력 등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


3) 피해자는 2021. 4. 1.경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여, 2021. 4. 8.경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변경 신고가 수리된 후 그 무렵부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하여 각종 의결사항을 심의․의결하고 그 내용을 입주자들에게 공고하였다.


4) 피해자는 2021. 4. 12. 내지 13일경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인감 등의 반환을 구하는 문자메시지와 내용증명을 발송한 때로부터 약 10일 만에 관할 세무서로부터 대표자를 피해자로 변경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비 등이 예치된 은행에 대표자 변경 신고를 마쳐, 2021. 4. 23.경 정상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금융기관에 예금 청구, 세금 납부 등을 하였다.


5) 이와 같이 피해자는 이 사건 인감 등이 없이도 회장 임기 개시 이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고 그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였고, 비교적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변경 신고, 사업자등록 대표자 정정 및 이 사건 아파트 관리비 등이 예치된 은행에 대한 대표자 변경절차 등을 모두 마쳤다.


6)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변경 신고 및 사업자등록 정정 절차에 걸리는 통상적인 처리 기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수행하는 본래의 업무의 성격과 내용 등을 감안해 보면,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하여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이 사건 인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인감 등을 인도 또는 반환하지 않은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영재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오경미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권영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엄상필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