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4다236754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상고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맥
담당변호사 박강회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B
원 심 판 결 수원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3나97362 판결
판 결 선 고 2025. 8. 14.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22. 7. 13. 16:33경 자신의 딸을 사칭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요청에 따라 그 사람에게 원고의 운전면허증 사진, E은행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를 제공하였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링크를 받아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원고의 휴대전화에 설치하였다.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같은 날 원고 명의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았고, 원고의 운전면허증 사진 등을 이용하여 비대면 방식으로 피고 은행에 원고 명의 계좌를 개설한 후 피고 은행으로부터 9,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2.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이라 한다) 제7조 제2항 제2호에관한 판단(제1 상고이유)
가.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은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그중 하나로 제2호에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자문서의 경우 작성자의 의사에 기하여 작성되고 송신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전자문서 송신 과정에서 확인된 외관에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전자문서를 통한전자거래의 신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문언과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해 보면, 수신자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하여 전자문서가 송신되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그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본인확인절차를 수신자가 적절하게 이행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신자가 시행한 본인확인절차가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것이었는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거래의 특성에 맞게 본인확인조치 또는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가 의도하는 법률행위의내용과 성격이 어떠한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은행으로서는 전자문서인 신용대출 신청확인서가 원고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하여 송신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그 신청확인서에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인 원고의 것으로 볼 수 있고, 결국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대출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되었다.
1) 피고 은행은,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으로서 원고의 운전면허증이 찍힌 사진 파일을 제출받아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한 운전면허증 진위확인, ② 원고 명의로 E은행에 개설되어 있는 기존계좌에 1원을 이체한 후 위 계좌의 입금자명으로 확인된 인증번호를 통한 인증, ③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 본인인증, ④ 원고 명의 공동인증서를 통한 인증, ⑤ 원고의 신용정보 조회 및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확인 등 절차를 거친 후 원고 명의의 전자서명을 받았다. 피고 은행이 이행한 이와 같은 본인확인절차는 원고 명의로 작성된 신용대출 신청확인서가 원고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2) 원고는 이 부분 상고이유로 ‘대출 신청 당시 원고가 소지하고 있던 운전면허증 원본을 바로 촬영한 사진 파일이 아니라 사전에 촬영된 사진 파일을 전송받아 확인한 것은 적절한 본인확인절차의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비대면으로 실명확인증표 사본인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을 제출받아 자동화된 방식으로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해 그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의 특성상 피고 은행이 거래 당시에 실명확인증표 원본을 바로 촬영한 파일을 제출받는 것과 사전에 촬영된 파일을 제출받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확인절차의 하나로 실명확인증표 사본을 제출받는 이유는 거기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증번호, 운전면허증 발급일자 등이 진정한 실명확인증표의 정보와 일치하는지, 실명확인증표 사본에 있는 명의자의 사진이 진정한 실명확인증표의 사진과 같은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또한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확인절차의 적절한 이행 여부는 한 가지 인증수단만을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 은행은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기존계좌 인증,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신용정보 조회 등 복수의 인증수단을 통하여 이 사건 대출신청이 원고의 의사에 기한 것임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정당한 이유’가인정된다고 보아 전자문서인 신용대출 신청확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의 법률효과가 그명의인인 원고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 규정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전자문서법 제7조 제3항 제2호에 관한 판단(제2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주장과 같은 사유만으로는 피고 은행이 상당한 주의를 하였으면 신용대출 신청확인서가 원고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전자문서법 제7조 제3항 제2호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제3 상고이유)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고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세우는 새로운 주장이거나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의 당부를 다투는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5.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게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권영준
주 심 대법관 엄상필
대법관 박영재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