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4다305384 사해행위취소
원고, 피상고인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한수, 김지수
피고, 상고인 B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익중
원 심 판 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10. 10. 선고 2023나214598 판결
판 결 선 고 2025. 8. 1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C의 전처로서 2014년경 원고와 C 사이의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C에 대하여 439,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의 재산분할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위 채권은 2014. 11. 28. 일부가 변제되어 327,195,890원 및 이에 대한 2014. 11. 2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 남아 있다.
나. C는 2015. 8. 24. 파주시 M 전 564㎡ 및 N 전 132㎡에 관하여 2015. 8. 12. 자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등기부에는 그 거래가액이 66,080,000원으로 기재되었다. 이후 C는 위 각 토지의 지목을 대지로 변경한 후 그 지상에 단독주택을 신축하여 2016. 3. 29.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다. C는 2022. 8. 29. 피고와, 위 각 토지 및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240,000,000원으로 정하여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2022. 9. 1. 피고에게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한다).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에는 채권자 F조합(이하 ‘F조합’이라 한다), 채권최고액 408,000,000원인 선순위 근저당권과 전세권자 D, 전세금 200,000,000원, 존속기간2021. 8. 30.부터 2023. 8. 29.까지인 전세권(이하 ‘이 사건 전세권’이라 한다)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전세권은 2022. 9. 7. 말소되었다.
라. 2023. 5. 25. F조합의 신청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이하‘이 사건 경매절차’라 한다)가 개시되었다. 2024. 7. 25. 이 사건 경매절차의 배당기일에서 F조합에 342,072,771원, 피고에게 155,335,605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가 작성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원고는 위 배당표 확정 전에 피고에 대한 사해행위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피고의 배당금채권에 대하여 지급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이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인 C가 유일한 부동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피고에게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선의 수익자 항변을 배척하였다.
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가 D에 대한 전세금 반환을 목적으로 피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 당시까지 F조합의 선순위 근저당권과 이 사건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여러 건의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마쳐졌다가 단기간 내 말소된 내역이 존재하였다. 피고도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사실은 수익자 자신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2430 판결 등 참조).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사해행위를 구성하는 법률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그 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그 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ㆍ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3다234553 판결 등 참조).
예컨대, 수익자가 채무자와 친인척 관계 등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있는 특수한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 수익자와 채무자의 거래관계가 그 내용과 경위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고 수익자가 그 거래관계에 따른 상당한 대가를 채무자에게 실제로 지급하는 등 해당 거래관계에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인 사정이 없다는 점, 수익자가 채무자로부터 물적 담보 제공을 받는 경우에는 더 나아가 수익자의 기존 채권에 관하여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만족을 얻기 위하여 담보 제공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수익자가 증명하면, 수익자가 사해행위로 인한 공동담보 부족 가능성을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의 선의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해당 거래관계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나 거래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래조건 등이 일반적인 거래관행과 어느 정도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거래관계가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수익자에게 과실이 있는지는 수익자의 선의 판단에 문제되지 아니하므로(위 2007다52430 판결 등 참조), 수익자가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수익자의 선의 주장을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해행위가 물적 담보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수익자가 담보물의 객관적인 담보가치를 신뢰하여 그 담보가액 범위 내의 금전을 제공한 사정은 수익자의 선의 판단에 유리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으나, 담보물의 담보가치가 수익자의 채권액에 미달한다는 사정만으로 수익자의 선의 주장을 쉽게 배척하여서도 아니 된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가 C와 친인척 관계에 있다거나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 전에 C와 금전거래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C의 재산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나) 피고는 그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전세권의 전세금을 반환할 돈을 빌려달라는 C의 요청에 따라 C에게 200,000,000원을 대여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한것으로 보인다.
(1)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일인 2022. 8. 29. 자신의 계좌에서 200,000,000원을 인출하여 C에게 송금하였다.
(2) C는 피고에게 200,000,000원을 이율 연 5%, 변제기 2025. 8. 29.로 정하여 차용하였다는 내용의 2022. 8. 29. 자 차용증을 교부하고, 2022. 10. 24.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직전인 2023. 2. 27.까지 4회에 걸쳐 6개월분 이자에 가까운 4,800,000원을 지급하였다.
(3) C는 2022. 8. 30. 피고로부터 송금받은 200,000,000원을 인출하였고, 그중 153,000,000원이 이 사건 전세권의 전세금 반환에 사용되었다.
(4) 이 사건 전세권 설정등기는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등기일로부터 6일 후인 2022.9. 7. 해지를 원인으로 말소되었다.
다) 이 사건 각 부동산은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502,800,000원에 매각되었으나, 이사건 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651,070,800원이었다.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에는 F조합의 선순위 근저당권과 이 사건 전세권 외에 다른 권리제한등기가 없었다. 이 사건 전세권 설정등기가 말소될 예정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잔존 담보가치가 피고의 대여금액에 상응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
피고는 C와 친인척 관계 등 C의 재산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특수한 관계에 있지 않다.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이나 이를 둘러싼 거래관계가 그 내용과 경위등에 비추어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또한 피고는 C에 대한 기존 채권에 관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C에게 신규 자금 200,000,000원을 대여하면서 같은 날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피고가 자신의 기존 채권에 관하여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만족을 얻기 위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없다. 더욱이 피고로서는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객관 적인 담보가치가 대여금액을 담보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그 담보가치를 신뢰하여 그 담보가액 범위 내의 금원을 대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계약이 원고를 비롯한 다른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가 된다는 점을알지 못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비록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여러 건의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마쳐졌다가 단기간 내 말소된 내역이 존재하고, 그와 관련하여 원고의 근저당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원고의 사해행위취소소송 제기 사실이 등기부에 나타나 있지 않은 이상 이를 피고가 C의 채무초과 상태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어렵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선의의 수익자라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해행위 수익자의 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영재
대법관 오경미
주 심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엄상필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