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도3673 판결문) 재판 증거로 ‘입주자 개인정보’ 낸 동대표 회장…대법 “정당행위” 해당 판결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3도3673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원 심 판 결 대전지방법원 2023. 2. 15. 선고 2021노2102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1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전 서구 소재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동대표 회장으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인 C과 공모하여 2020. 6. 15. 대전지방법원 2020카합37호 입주자대표회의회장 및 동대표 직무집행정지 사건의 담당 재판부에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이던 세대주, 직업, 차량번호, 가족 사항, 세대원 생년월일,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입주자카드 총 584장을 제출함으로써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과 개인정보처리자인 C이 재판부로부터 석명을 받아 입주자카드를 증거로 제출하였더라도 그 행위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누설’에 해당하고,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되어 2020. 8. 5.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개인정보보호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 각호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하는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제17조, 제18조),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9조).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고소ㆍ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ㆍ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은 관리비의 절감과 관리운영의 개선을 요구한 것 등을 계기로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 측과 갈등을 빚게 되자, “입주자대표회의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입주자 등에게 재산상의 손실 등을 끼친 때에는 입주자 등은 그 해산 및 개선을 입주자 등의 과반수 서면 동의로 결의할 수 있다.”라는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에 근거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를해산하기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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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이 사건 아파트의 총 940세대 중 과반수가 넘는 606세대로부터 입주자대표회의의 해산에 관한 서면동의를 받았음을 이유로 2020. 4. 6. 기존입주자대표회의가 해산되었음을 주장하면서 피고인을 비롯한 동대표들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2020카합37호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동대표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이하 ‘이 사건 가처분 사건’이라 한다)을 신청하였다.

3) 이 사건 가처분 사건에서 피고인 등 채무자들은 무효인 서면동의나 서면동의를 철회한 세대수를 제외하면 입주자대표회의 해산에 동의하는 세대수는 과반수에 미달한다고 주장하였다.


4) 이 사건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이하 ‘담당 재판부’라 한다)는 2020. 6. 2.심문을 종결하면서 피고인 등 채무자들에게 2주일 이내에 세대주나 세대구성원 등을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5) 피고인은 C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이던 입주자카드 총 584장을 받아 2020. 6. 15.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제출된 입주자카드에는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가 삭제되어 있었으나 세대주 생년월일, 직업, 차량번호, 가족 사항,세대원 생년월일,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의 개인정보는 여전히 그대로 기재되어 있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입주자카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1) 이 사건 가처분 사건의 주된 쟁점은 입주자대표회의 해산결의에 필요한 정족수가 충족되었는지 여부이고, 그 전제사실인 서면동의나 그 철회의 효력에 관하여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대립되었다. 입주자카드를 통하여 서면동의서 등을 작성한 자가 실제로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입주자카드는 서면동의나 그 철회의 효력에 관한 피고인 등의 주장을 소명하는 자료에 해당할 뿐 아니라, 담당 재판부가 피고인 등에게 제출을 명한 자료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입주자카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는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2) 담당 재판부는 피고인 등에게 2주일 이내에 세대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 료의 제출을 명하였는데, 이 사건 아파트의 세대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그 기간 내에 정보주체인 입주자들로부터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개별적인 동의를 받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이고, 입주자카드 이외에 이 사건 아파트의 세대주, 세대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삭제함으로써 침해의 위험성이 큰 정보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다.


3) 피고인은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기 위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인 C으로부터 입주자카드를 전달받았다. 관리소장인 C은 입주자의 관리를 위하여 적법하게입주자카드를 작성ㆍ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입주자카드의 취득 과정에서 다른 법익을 침해하였다는 사정은 기록상 찾아보기 어렵다.

 

4) 입주자카드에 기재되어 있는 개인정보의 내용은 성명, 생년월일, 직업, 차량번호, 가족 사항, 세대원 생년월일, 전화번호 및 주소 등으로 세대주나 세대원의 특정에 필요한 정보에 불과하고, 사상ㆍ신념, 노동조합ㆍ정당의 가입ㆍ탈퇴, 정치적 견해,건강 및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있는 민감정보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은 개인정보의 성격에다가 개인정보 를 제공받은 제3자가 공공기관의 지위에서 이 사건 가처분 사건을 심리하는 담당 재판부인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해당 주민들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5) 입주자대표회의의 해산 여부는 이 사건 아파트의 적절한 운영․관리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으로 이 사건 아파트 주민들을 포함한 다수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입주자카드에 기재된 최소한의 개인정보조차 이용하지 못함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 해산에 관한 서면동의 등의 효력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한다면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6) 법원이 입주자카드의 물리적인 보관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송기록의 열람ㆍ복사 등의 절차에는 개인정보 등을 보호하는 관련 규정이 적용되므로 입주자카드에 기재된 개인정보가 이 사건 가처분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


라. 그럼에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담당 재판부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입주자카드를 제출한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신숙희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노태악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서경환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마용주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3도3673_판결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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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