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 확정
2020년 8월 서울 광진구 한 한의원 치료실에서 한 여성 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가슴과 음부를 눌러 추행한 혐의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마친 후 소화불량을 진찰한다는 명목으로 환자의 가슴을 누르고 치골 부위를 누르다가 음부를 접촉한 혐의
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2도9676 강제추행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은경
원 심 판 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7. 15. 선고 2021노1758 판결
판 결 선 고 2025. 6. 5.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성폭력 사건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그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등 참조).
나.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강제추행죄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6. 3. 선고 2019도12110 판결등 참조).
다. 환자의 내밀한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인의 신체접촉 행위 등이 추행인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는 환자의 질병 또는 고통을 진단․완화․치료하기 위하여 실시되고 그 과정에서 환부 등 환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한 의료인의 행위를 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환자의 성별, 연령, 의사를 비롯하여, 해당 행위에 이른 경위와 과정, 접촉 대상이 된 신체 부위의 위치와 특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진단․치료의 필요성 또는 위급성, 질병 등의 진단이나 증상 완화, 호전 등과 해당 행위의 연관성 또는 밀접성,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의 객관적 상황, 그 행위가 해당 의학 분야에서 객관적․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진료행위로서 시술 수단과 방법이 상당하였는지, 사전에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진료의 내용과 내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기준으로 신중하고 엄격
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한의사인 피고인이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슴과 음부를 손가락으로 눌러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골 부위를 추행하였다’는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의 치골 부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료행위 그 자체의 타당성은 이 사건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관련이 없다.
나. 피해자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그 진술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과 피고인의 행동에 따른 피해자의 심리 등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기 전후의 상황, 그 접촉 부위, 방법, 면적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도 없다.
다. 피고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골 부위를 중심으로 손가락을 세워 그 끝으로 누르거나 마사지하는 것을 음부를 누르는 것으로 피해자가 잘못 인식하였다고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피고인이 음부를 접촉하였다고 일관되고 명확한 진술을 하고 있고, 치골 부위와 음부는 명확히 구분되는 신체 부위인데다가 피해자도 치골과 음부를 다른 부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이를 착각하였다고 볼 수 없다. 치골 부위를 촉진(觸診)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손이 음부에 닿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여성 환자의 치골 부위는 음부와 근접해 있는 민감한 부위이므로, 남성 의사가 해당 부위에 대한 정상적인 진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성적 불쾌감을 느끼는 등 오해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를 상대로 직접 치골 부위를 촉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의료자문위원도 ‘치골 부위는 오해의 소지가 있고 다른 곳을 통해 충분히 진단할 수 있으므로 잘 진단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마.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의 치골 부위를 촉진하기로 하였다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피고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슴과 치골 부위를 촉진하면서 간호사를 입회시키거나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피고인도 경찰에서 ‘피해자의 민감한 부위를 진료하는 데 동의가 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하였다), 소화 불량이나 허리 통증 때문에 피해자의 가슴, 치골 부위를 촉진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진료기록부에 그와 같은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진료행위와 추행의 구분 및 추행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오경미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권영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엄상필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박영재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