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5다213717 손해배상(기)
원고, 피상고인 A
피고, 상고인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이석
원 심 판 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27. 선고 2024나53378 판결
판 결 선 고 2025. 11. 20.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의 상납요청에 따라 양주를 제공한 것이 아
님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알림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고 판단한 다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없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
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
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
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다280283 판결 등 참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 여기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
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사실의 공
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
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
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다15922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원고는 C박물관 시설관리과에서 공무직 근로자로서 청소업무 현장관리자(미화
주임)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고, 피고는 그 시설관리과에서 미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직 근로자이다.
2) 원고는 2020. 7. 9. 자신의 관리·감독을 받던 피고로부터 15만 원 상당의 양주
1병을 받았다.
3) 피고는 양주를 건네주기 전날인 2020. 7. 8. 원고에게 전화하여 ‘양주 1병을 넣
어 둘 테니 사물함을 미리 열어 두라’고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
하지 말라’고 당부하였고, 이에 피고는 ‘몰래 살짝 가서 사물함에 두겠다’고 하면서 “나
돌돌이 안 가르쳐줘도 돼. 이거 준다고 해서 가르쳐주고, 나는 그런 게 아니고”라고 말
하면서 전화통화를 마쳤다.
4) 피고는 2020. 8.경 노조원 약 14명이 있는 노조사무실에서 ‘원고가 청소장비(이
른바 돌돌이) 사용법 교육 대가로 양주 상납을 요구하여 이를 상납하였다’는 취지로 말
하였다. 노조간부들은 원고의 상납 요구가 이른바 ‘직장 내 갑질’이라는 취지로 C박물
관 공무직 징계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다.
5) 원고는 그 무렵 ‘피고가 2020. 6. 중순경 외부 기관에 150만 원을 주고서라도
청소장비 사용법을 배워야겠다며 불평하였다. 이에 원고가 비싼 돈 들이지 말고 밖에
서 배우지 마라, 그냥 여기서 배우고 공짜는 없으니 집에 있는 양주면 된다고 농담조
로 말했다’라는 내용의 경위서를 작성하여 C박물관 측에 제출하였다.
6) 원고와 피고는 2020. 11. 6. 양주 수령 내지 제공으로 인한 청렴의무 위반을 이
유로 각각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7) 원고는 ‘피고가 노조원들에게 원고로부터 양주 상납을 요구받았다는 취지로 허
위사실을 말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고소하였고, 같은 이
유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2021. 1. 5. 수사기관에서 ‘원고가 양주 상납을
먼저 요구하여 청소장비 교육을 받고 싶은 마음에 양주를 사다 주었다. 양주까지 주었
는데 장비 사용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 노조에서 면담할 때 이야기했다. 피고에게 장
비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말라는 원고의 말을 전해 듣고 기분이 상했다’는 취지로 진술
하였다.
8) 원고의 고소에 대하여, 경찰은 2021. 1. 27. ‘피고의 발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
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 검사는
2021. 3. 26. ‘원고가 피고에게 청소장비 사용방법을 배우고 싶으면 양주를 달라고 말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피고의 발언 내용이 허위이거나 명예훼손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원고 스스로 작성하여 제출한 경위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청
소장비 사용 교육의 반대급부가 양주라는 점을 언급한 사실은 비교적 명확하다. ‘교습
비용으로 양주면 족하다’는 취지의 원고 발언은 그보다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청소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싶었던 피고에게 양주를 제공할 만한 충분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피고가 양주를 제공하기 전날 원고와 나눈 대화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는 양주
수령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곤란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원고의 주장
과 같이 단순히 개인적 친분에 따른 선물이라면 이와 같은 대화는 불필요하다.
3) 피고는 원고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양주 교부의 대가로 청소장비 사용법을 알려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의 지위, 대화의 전체적인
맥락 등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이는 양주 제공이 청소장비 사용 교육 대가와 결부되
어 있음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원고는 양주 제공을 만류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별다
른 고민 없이 수령하였다.
4) 피고는 양주를 제공하였음에도 원고가 청소장비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자, 노조
에 이러한 사실을 밝혔다. 교육의 대가와 결부되지 않은 순수한 개인적 친분 내지 친
목 도모를 위한 선물이라면, 징계처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노조에 알릴 필
요가 없다. 원고뿐만 아니라 피고도 양주 제공으로 인하여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요청에 따라 청소장비 사용에 관한
직무 교육의 대가로 양주를 제공하였다’는 피고의 발언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또한 청소장비 교육 대가에 금품 제공이 결부되었다는 사실은 C박물관 시설관리과
공무직 직원의 위법행위나 도덕성에 관한 것으로 소속 집단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
항이다. 나아가 이는 직장ㆍ노동조합 또는 권력관계에 기초한 이른바 ‘직장 내 갑질’
문제로서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설령 피고가 양주를 제공한 이후에 청소장비 교육을 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발설하게 된 측면이 있더라도, 피고의 발언 내용이 과장되었다거나 표현 방법 등이 사
회통념상 부적절하다고 보이지 않고, 피고가 양주 제공 사실을 처음 알리게 된 장소,
그 상대방의 지위와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부수적인 사익적 동기에 불과하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
를 훼손하였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
단에는 명예훼손에 있어서 불법행위책임과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하여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
3.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경필
주 심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이숙연
<대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