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가 제조・판매한 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로 인한 피폭방사선량이 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서 정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을 초과한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위 매트리스를 구매하여 사용해 온 원고 및 선정자들이 피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그에 혼합되어 있던 독성물질에 노출된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민법 제751조 제1항의 정신상 고통을 입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사 건 2025다200813 손해배상(기)
원고(선정당사자), 피상고인 A,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현
피고, 상고인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고영한, 권오준, 정한울, 김현웅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24. 12. 6. 선고 2024나2005378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3.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제1, 2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이 부분 상고이유는, 원심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서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보기 어렵다. 나아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피고가 제조·판매한 이사건 각 매트리스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로 인한 피폭선량이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한 잘못이 없다.
2. 제3, 4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피해자가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그에 혼합되어 있던 독성물질에 노출되었음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 등에 대하여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피해자가 독성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신적 손해의 발생이 추정된다고 볼 수 는 없고, 막연한 불안감이나 심리적 두려움을 그 자체로 법적으로 배상해야 하는 손해로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때 반드시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성물질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의 잠복기로 인하여 질병이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에 증거가 사라져 없어지거나 다른 위험인자가 작용․개입되는 등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을 증명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고, 질병이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에 제조업자가폐업을 하는 등의 경우에는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피해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독성물질에 노출된 피해자에게 반드시 현실적인 질병이 발생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그에 혼합되어 있던 독성물질에 노출된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민법 제751조 제1항의 정신상 고통을 입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정신적 고통을 입었는지 여부는 제품의 종류와 특성, 독성물질의 종류와 유해성, 관련 법규 등에서 정한 독성물질에 대한 안전기준, 피해자가 독성물질에 노출된 경위, 기간 및 정도,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건강에 대한 위해의 중대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사실상 손해의 발생을 의제하거나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를 사용하여 안전성을 결여한 이 사건 각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한 것은 위법하고, 피고에게 과실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이 이 사건 각 매트리스 가격 상당의 손해 및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등에게위 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1) 침대 매트리스는 통상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신체에 밀착하여 상당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그 사용방법 등 제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매트리스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사용자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 이 사건 각 매트리스의 속커버나 스펀지에 도포된 모나자이트 분말(음이온파우더)에는 우라늄 238(U-238)과 토륨 232(Th-232)가 함유되어 있는데, 방사성 붕괴과정을 거치면서 전자는 라돈 222(Rn-222, 통상 ‘라돈’은 이를 가리킨다)로, 후자는 라돈 220(Rn-220, 통상 ‘토론’이라고 한다)으로 각 변화하며, 이 과정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 라돈과 토론은 붕괴되면서 자손핵종들로 변화하는데, 자손핵종들이 먼지에 붙어인체에 흡입되면 호흡기 등 체내에서 재차 붕괴되면서 방사선이 방출됨에 따라 내부피폭이 일어나게 된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폐암발병의 주요원인으로 규정한 물질로, 폐세포가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유전자가 손상되거나 안정성이 변하면서 악성종양(암)이 발생할 수 있고, 방사선 노출로 인한 유전자 손상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될 수 있다.
3) 2011. 7. 25. 제정되어 2012. 7. 26.부터 시행된 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2019. 1. 15. 법률 제162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생활방사선법’이라 한다) 제15조 제3호,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이하 ‘생활방사선 안전관리규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은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방사선량이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1991년 및 2007년 발표한 권고안에서 일반인의 피폭에 관하여 자연방사선과
의료방사선을 제외한 인공방사선의 연간 노출량이 1밀리시버트(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한 이래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던 기준을 따른 것이다. 비록 피고가 이 사건각 매트리스를 최초로 제조하여 판매할 당시 국내에서 아직 구 생활방사선법 및 생활방사선 안전관리규정이 제정·시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더라도, 방사선에 대한 당시의 일반적인 인식, 앞서 본 입법 경위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한도나 안전기준을 이 사건에서 고려할 수 있다.
4) 원자력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포괄적인 권한을 보유한 중앙행정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10시간을 침대 매트리스 표면으로부터 2센티미터(cm) 높이에서 엎드려 호흡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이 사건 각 매트리스 등 피고가 제조·판매한 매트리스 중 총 29종의 제품들에서 모나자이트로 인한 피폭방사선량(내부피폭 포함)이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5) 피고는 이 사건 각 매트리스 제조 당시 이미 그 원료인 모나자이트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각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함에 있어 그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 등을 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6) 피고가 침대 매트리스에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를 도포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거의 없거나 불분명한 반면, 방사선 피폭의 해로움은 분명하다. 피고는 방사선 피폭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나자이트를 침대 매트리스에 사용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그위험성에 관한 아무런 검토 없이 모나자이트를 사용하여 이 사건 각 매트리스를 제조하였고 음이온의 막연한 효능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이를 판매하였다.
7) 이로 인하여 원고 등은 방사선 노출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받지 못한 채 장기간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구 생활방사선법 및 생활방사선 안전관리규정이 정한 가공제품의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 피폭을 당하였고, 이때 원고 등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등에게 이 사건 각 매트리스 가격 상당의 손해에 더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당장 원고 등에게 이 사건 각 매트리스 사용으로 인한 구체적인 건강상태의 이상이 발현되지 않았다고 하여 위 정신적 손해까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손해의 발생, 인과관계, 과실에 관한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례들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신숙희
주 심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서경환
대법관 마용주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