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도8067 판결문) 고소 당한 아들에게 검사의 수사지휘서 내용 누설한 경찰 ‘유죄’

 

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4도8067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피 고 인 A
상 고 인 검사
원 심 판 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5. 9. 선고 2022노3232 판결
판 결 선 고 2025. 6. 26.


주 문
원심판결 중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 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경찰서의 청문감사관으로 재직 중이던 2020. 9. 23. 11:00경 B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수사과 수사지원팀 소속 행정관 C으로부터 D이 피고인의 아들 E을 고소한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검사의 수사지휘서 등을 열람하여 구속 등 신병에 관한 수사지휘 내용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같은 날 13:56경 E에게 전화하여 ‘고소인 D이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처럼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검사 지휘내용에도 구속 이야기가 없어 구속될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 주어 공무상 비밀인 신병에 관한 수사정보를 누설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E에게 전화하여 한 말은 수사지휘서 내용과는 무관하여 수사지휘서의 기재 내용이나 이에 관계된 수사상황을 누설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내용이 공개된다고 하여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법령에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ㆍ군사ㆍ외교ㆍ경제ㆍ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ㆍ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14734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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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수사의 대상, 방법 등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에게 지휘한 내용을 기재한 수사지휘서는 당시까지 진행된 수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향후 수사의 진행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수사기관의 내부문서이다. 수사기관이 특정 사건에 대하여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현재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를 확보하였고 해당 사건이나 피의자의 죄책, 신병처리에 관하여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알수 있는 수사지휘서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등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가 생길 위험이 있고, 그 내용이 누설된 경로에 따라서는 사건관계인과의 유착 의혹 등으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됨으로써 수사의 궁극적인 목적인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지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 그러므로 수사지휘서의 기재 내용과 이에 관계된 수사상황은 해당 사건에 대한 종국적인 결정을 하기 전까지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안 될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4도5561 판결,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도11441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E의 사건 기록에 있는 수사지휘서를 열람하여 ‘검사의 수사지휘서에 E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에 관한 내용이 없는 사실’을 확인한 후 E에게 전화하여 자신이 확인한 대로 ‘수사지휘서에 구속 이야기가 없다. 구속될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나) ‘검사가 E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에 관하여는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검사가 E에 대한 구속수사를 고려하고 있는지 여부 등 E의 신병처리에 대하여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추단할 수 있는 정보로서 수사지휘서의 내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다) ‘검사가 E의 신병처리에 관하여 수사지휘를 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는 수사지휘서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E 등은 수사기관에서 현재 범죄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해당 사안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 추측하고 그에 맞추어 수사에 대응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경찰관인 피고인이 소속 경찰서에서 자신의 아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상황에서 해당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수사지휘서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 그 내용을 아들에게 알려준 것은 그 자체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함으로써 적정한 형벌권실현에 지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


3)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의 ‘직무상 비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오경미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권영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엄상필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박영재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4도8067_판결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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