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도1665 판결문) 재개발추진위 반대 현수막 뜯어낸 추진위원장…대법 "업무방해 아냐"

대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2도1665 

가. 업무방해
나. 재물손괴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민국
담당변호사 박형수
원 심 판 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1. 20. 선고 2020노2818 판결
판 결 선 고 2025. 9. 11.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
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업무방해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영등포구 B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 한다) 위
원장이고, 피해자 C은 B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주협의회(이하 ‘이 사건 지주협의회’라 한
다) 회장으로, 피고인과 피해자는 B 재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재개발사업’이라 한다)
절차와 관련하여 의견이 상충하여 대립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9. 9. 5. 06:40경부터 06:50경까지 서울 영등포구 D에 있는 E은행 F금
융센터 앞 도로변 가로수, 서울 영등포구 G에 있는 H교회 앞 도로변 가로수, 서울 영
등포구 I 도로변 가로수에서, 그 무렵 피해자가 위 각 장소에 설치한 재개발사업 관련
이 사건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게재한 현수막 3개(이하 ‘이 사건 현수막’이라 한다)를
과도를 이용하여 그 끈을 잘라 떼어내 버려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막을 이용하여 더
이상 재개발 관련 조합원 등 사람들에게 이 사건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홍보하지 못하
게 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가 이 사건 지주협의회를 운영하면서 행한 현수막 게시를 통한 홍보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피고인이 위력
으로써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
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관련 법리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
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한다(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3도
3829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도3270 판결 등 참조). 직업이나 사회생활상
의 지위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단순한 의사표현의 일환으로서 일회적 또는 일
시적으로 현수막 등을 설치하여 어떠한 사실이나 의견 등을 알리는 것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라고 할 수 없다. 현수막 등을 설치하여 어떠한 사실이나 의견 등을
알리는 것이 일회적 또는 일시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성을 갖는 본래의 업
무수행의 일환으로서 또는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행하여지는 것이
라면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에 해당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5. 4. 15. 선
고 2004도870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그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본래의 업무의 종
류와 성격, 현수막 등의 설치 시기와 장소, 경위와 목적, 현수막 등에 기재된 내용과
방해된 업무 사이의 관련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
히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업무를 통한 사람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보호하려는
데 있으므로(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시
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하게 이루
어져야 한다.
2)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이고, 피해자는 이 사건 지주협의회 회
장이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이 사건 지주협의회는 이 사건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방식 등에 관하여 견해가 달라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 있었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주민총회(이하 ‘주민총회’라 한다) 개최 당일
지주들에게 주민총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지주협의회 명의로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하였다.
(3) 이 사건 현수막에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하여 행정소송이 진
행 중이고,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그 일들이 법적으로 해결될 때
까지 지주들에게 주민총회에 동참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현수막을 발견하고 과도를 이용하여 이 사건 각 현수막의
끈을 잘라 떼어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
막을 설치하여 이 사건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지주들에게 알리는 것이 업무방해죄의 보
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공소사
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현수막에 이 사건 지주협의회의 입장으로 게재된 글은 지주협의회
의 구성이나 운영, 활동,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계획 등 지주협의회의 본래의 업무를
지주들에게 알리거나 홍보하는 내용이 아니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 측의 피고인과 갈등관계에 있었고, 단지 이 사
건 추진위원회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지주들에게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실,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한 사실 등을 알리면서, 주민총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
하기 위하여 그 수단으로서, 주민총회 개최 일정에 맞추어 일회적으로 이 사건 현수막
을 설치한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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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국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한 시기, 경위와 목적, 이 사건 현수막
의 구체적 내용, 지주협의회를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하는 회장이 수행하는 본래의
업무의 성격과 내용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 측이 추진하는 주
민총회의 원활한 개최, 진행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려는 의도로 일회적으로 이 사건 현
수막을 통해 지주들에게 주민총회에 불참할 것을 권유하는 입장을 알리는 것을 두고
피해자의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에 해당한
다거나 ‘지주협의회 회장으로서의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사무‘라고 평가할 수 없다.
(4) 피해자가 비록 자신이 구성한 이 사건 지주협의회를 통하여 그 방법 등이
위법하지 않은 이상 어떠한 내용이라도 표명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권리 또는 권한으로서 그 자체를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구체적이고 계속적인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사무라고 할 수는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
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
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재물손괴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재물손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
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
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
과 재물손괴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
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경필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이흥구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오석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이숙연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2도1665_판결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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