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1다220741 구상금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1. A 유한공사
2. B유한공사
3. C유한공사
4. D유한공사
5. E 유한공사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훈, 임시규, 변동열, 김정, 여훈구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F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우철, 김성수, 김은권, 김지운, 차한성, 황정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김종인, 김용배, 이상윤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21. 1. 19. 선고 2019나2054956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3.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들 패소 부분 중 법인격부인에 따른 연대책임 청구에 관한 2021. 1. 20.부터의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에서 보험업을 영위하는 중국법인들로 G 유한공사 및 H 유한공사(이하 통틀어 ‘G’이라 한다)와 보험기간 2013. 8. 1. 부터 2014. 7. 31.까지, 보험목적물 재물 및 기업휴지 손해, 보상한도액 미합중국 통화 23억 달러로 정한 재산종합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는 산업설비 시공, 발전․화공플랜트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국내법인이고, I유한공사(이하 ‘I’이라 한다)는 피고의 100% 자회사로서, 2004. 7.경 중국에서 산업설비시공, 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중국법인이다.
다. G은 2013. 7. 8. I과 I이 중국 강소성 무석시에 위치한 G의 반도체 공장 내에 가스공급설비를 설치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I 직원들은 2013. 8. 23. 위 공사를 마치고 현장에서 철수하였는데, 2013. 9. 4. 위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피해면적 총 약 2,500㎡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화재사고’라 한다). 위 공사 당시 I의 현장소장은 J, 공사과장은 K이었다.
라. G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이 사건 화재사고로 입은 재물손해 및 휴업손해를 보험금으로 청구하였고, 원고들은 2014. 1.경부터 2015. 4.경까지 부보비율에 따라 G에 손해사정회사의 조정을 거쳐 최종 합의된 8억 6,000만 달러를 수차례에 걸쳐 분할 지급하였다.
마. 한편 I은 이 사건 화재사고로부터 약 4개월 뒤인 2014. 1. 18. 2006년부터 2013년까지의 미분배 이윤 총 7,800만 위안(약 1,181만 달러)을 피고에게 배당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2014. 12. 11. 약 436만 달러, 2015. 8. 24. 약 312만 달러,
2016. 4. 14. 약 432만 달러 등을 지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배당’이라 한다).
바. 원고들은 2016. 11.경 보험자대위에 따라 I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 이 사건 화재사고에 따른 손해 일부로서 3억 위안 및 이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인 중국 강소성 고급인민법원은 이 사건 화재사고에 I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I에게 약 1억 2,000만 달러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최고인민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중국판결’이라 한다).
2. 용인단위책임 청구에 대하여(원고들의 제1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중국 침권책임법의 용인단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행위자가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이고 공작인원의 침해행위가 해당 용인단위의 공작임무 수행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데, J, K 등 I의 임직원들이 피고의 공작인원이라거나 실질적으로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중국 침권책임법의 용인단위책임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3. 법인격부인에 따른 연대책임 청구에 대하여
가. 피고의 제1 내지 3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구 중화인민공화국 공사법 제20조 제3항(2023. 12. 29.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구 중국 회사법’이라 한다)의 해석과 적용이 부분 청구의 준거법인 구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은 “회사의 주주가 회사법 인의 독립지위 및 주주의 유한책임제도를 남용하여 채무를 회피하고 채권자의 이익을 엄중히 침해한 경우에는 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규정한다(중국민법총칙 제83조 제2항 역시 영리법인에 관하여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법인격 부인에 관한 원칙적인 규정이자[중국 최고인민법원(2019) 최고법민종1093호], 구체적인 사안에서 채권자 보호에 균형을 상실하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해당 회사의 법인격을 일반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서 특정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 주주 유한책임의 원칙을 부 정하고 예외적으로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자회사가 1인 주주인 모회사에 대하여 절차에 따라 배당을 하는 등 모자회사 사이에 이익을 이전하는 것이 위 규정에서 정한 회사법인의 독립지위 및 주주의 유한책임제도를 남용하여 채무를 회피하고 채권자의 이익을 엄중히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행사한 지배와 통제의 정도,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재산과 업무의 혼용 여부, 이익 이전 행위의 성격, 근거와 정당성, 채무회피 목적의 유무, 이익 이전으로 인한 채권자 이익 침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는 I의 1인 주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여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직후 I의 위 화재사고 관련 배상채무를 회피하고자 I이 거액의 배당을 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채권자인 원고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였으므로 I의 배상채무에 대하여 구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구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원고들의 제2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구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에 따라 부담하는 연대책임은 피고의 남용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원고들의 손해 부분에 한정된다고 보아 피고가 이 사건 배당으로 I로부터 지급받은 배당액에 상응하는 I의 채무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구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 중국 민법총칙 제83조 제2항에 따른 주주 연대책임의 범위에 관한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원고들의 제3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지연손해금이란 채무의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채무에 부수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 5. 9. 선고 95다34385 판결 등 참조). 한편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
계에 관하여 적용될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이므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하고(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등 참조),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될 준거법인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의미를 해석할 때는 그 외국법이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 또는 내용대로 해석․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소송과정에서 그 외국의 판례 등 해석기준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 5458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가 구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에 따라 I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발생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는 본래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인 중국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을 모두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중국법의 관련 규정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중국 민사소송법 제253조는 판결 등에서 정한 기간에 금전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지체기간 동안 배가(倍加)된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집행과정 중 지연이자를 계산할 때의 법률적용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해석” 제1조는 판결 선고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에는 “일반 채무이자와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가 포함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20. 5. 28. 선고2017다230949 판결 참조).
나) 관련 중국판결에 의하면, 중국 법원은 I의 구상금 채무에 관하여 위 중국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판결에서 정한 기간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로 계산한채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관련 중국판결의 내용과 중국법의 관련 규정 등을 살펴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I의 구상금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청구하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피고가 판결 선고 이후부터는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 상당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했어야 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중국법에 따른 지연손해금 조항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의 원고들 패소 부분 중 법인격부인에 따른 연대책임 청구에 관하여 원고들이 상고로 불복한 범위인 2021. 1. 20.부터의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서경환
주 심 대법관 신숙희
대법관 마용주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