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장으로 근무한 근로자가 임원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담보확보 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고 거액의 대여 및 변제기 유예 등의 실무처리를 한 경우,
직무상의무 위반의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징계사유까지 인정되지는 않고,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해 해고의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재심판정을 취소
서 울 행 정 법 원
제 1 4 부
판 결
사 건 2024구합68910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원 고 A
피 고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피고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B
변 론 종 결 2025. 5. 8.
판 결 선 고 2025. 7. 10.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 5. 2.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24부해***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 비실명화로 생략 -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이 사건 해고의 절차상 하자 유무
원고는, 참가인 인사규정 제56조 제3항이 징계의 재심은 재심요구를 접수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징계 재심요구가 2023.9. 7. 도달하였는데도 참가인이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2023. 10. 13. 징계 재심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재심 기한에 관한 인사규정 조항은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 자체를 무효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이와 유사하게 징계의결 기간을 1개월로 정하는 인사규정 제53조 제1항도 단서에서 부득이한 경우 상당한 기간을 연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재심 기한은 훈시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일 뿐이고, 나아가 위 기한을 불과 1주일 정도 초과하여 재심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고 다른절차상 하자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위 재심 기한 위반만으로 이 사건 해고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이 사건해고에 징계절차를 무효로 할 만한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나. 이 사건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제출된 증거들과 심문회의에서의 당사자진술 등을 종합하여 ① 재향군인회 회장이 산하 기업인 참가인으로 하여금 ‘D’에 ‘안성보개 물류단지 조성사업’ 투자를 위해 20억원을 대여하도록 하였으나 손해발생 우려등으로 무산되자, 다른 산하 기업인 C㈜가 참가인으로부터 20억원을 대여받아 ‘D’에투자하도록 지시한 사실, ② 이에 참가인이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2020. 12. 17. 재향군인회를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단기 유동성 확보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명목으로 C㈜에 20억원을 대여하는 이 사건 대여 계약을 체결한 사실, ③ 만기(2021. 3. 16.) 도래가임박한 상태에서 C㈜가 대여금을 전혀 변제하지 않은 채 변제기 연장을 요청하였는데도 참가인이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대여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2차례에 걸쳐 새로금전소비대차계약(최종 만기 2022. 12. 16.)을 체결한 사실, ④ C㈜가 2021. 12. 31. 약2,200만원만 상환하자 참가인은 2022. 3. 3. 이사회를 개최하여 대여금 회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해당 장기대여금을 대손처리한 사실, ⑤ 2022. 4.경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를 통해 전임 회장과 참가인 대표이사를 비롯한 산하 기업의 임원들이 교체되었고,참가인의 신임 대표이사는 이 사건 대여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전임 임원들과 원고 등을 고소한 다음 징계절차를 밟아 원고를 해고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① 원고는 이 사건 대여가 명목상의이유와 달리 무산된 ‘D’에 대한 투자를 위해 C㈜를 우회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충분히알고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대여 과정에서 투자사업의 현황, ‘D’나 C㈜의 변제능력,담보 확보 방안 등에 관하여 별다른 논의가 없었고, 연대보증인인 재향군인회 날인란에도 전임 회장의 개인 도장이 날인되거나 법인인감증명서가 첨부되지 않는 등의 미흡사항이 있었는데도 원고가 보완조치 없이 이사회 결의, 변제기 연장 등을 위한 각종실무를 처리한 점, ③ 2021년도 기말 외부 회계감사 수검 결과 이 사건 대여금 회수가불분명하다고 지적되었는데도 채권 보전을 위한 조치 없이 대손처리를 위한 실무를 진행한 점, ④ 재향군인회가 이 사건 대여에 관하여 참가인에게 제공한 이익이 유효ㆍ적절한 담보에 해당하지도 않는 점, ⑤ 설령 재향군인회 및 참가인의 임원 등의 지시로이 사건 대여가 이루어졌더라도 원고는 자금 운용계획 수립, 자산ㆍ부채 관리, 수입ㆍ지출업무 등을 총괄하는 기획부장으로서 대여금의 보전ㆍ회수를 위해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상부에 적절히 보고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대여와 관련하여 담보 확보 방안을 마련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아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인정되고 이는 참가인의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징계사유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의 주장과 대부분 동일하고,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 역시 대부분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제출되었던 증거들과 동일하다. 원고가 이 법원에서 개진하는 주장의 핵심적인 취지도 여전히 이 사건 대여가 재향군인회 전임 회장과 참가인의 전임 대표이사 등 임원이 경영판단에 따라 결정한 사항이고 원고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실무자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무를 총괄하는 원고가 편법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대여의 위험성이나 채권 담보, 회수 방안 등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 및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채 만연히 경영진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나아가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대여에 관하여 재향군인회 전임 회장이 연대보증인이었을 뿐 재향군인회가 연대보증인이 아니었으므로 법인 인감이 날인되지 않은 것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재향군인회가 연대보증인으로 명시된 계약서의 문언과 형식에 명백하게 반하는 점, ② 변제기 연장을 위해 새로 체결된 2차례의 금전소비대차계약에도 연대보증인 재향군인회의법인 인감이 날인되어 있지 않은데, 이처럼 당초의 연대보증기간을 연장하는 계약에 관하여도 보증 효력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인식하여 연대보증인의 날인 없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해명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대여에 관하여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것은 확정적인 대손처리로 참가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발생시켰음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채권 담보, 회수가 어려운 이 사건 대여를만연히 실행하였다는 것을 지적하는 취지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법원에 추가로 제출된 증거들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징계사유를 다투는 원고의 세부적인 주장은 모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대여와 관련하여 담보 확보 방안을 마련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아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징계사유는 원고가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임 임원들의 배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는 것까지 지적하고 있는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의 적극 가담 여부에 관하여는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전임 임원들과 원고에 대해 이루어진 고소사건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법원에 제출된증거들까지 모두 아울러 고려하여 보더라도 원고가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대여와 관련된 실무를 단순히 수행한 것을 넘어 탈법적인 수단을 직접 고안ㆍ제시하여반영하거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등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사실까지 인정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사유는 배임행위의 적극 가담 부분을 제외하고 원고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한정되는 범위에서만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 사건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됨을 전제로, 원고가 기획부장으로서 이 사건 대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참가인의 상황도 잘 알고 있었던 점, 대여금이 거액인데도 임원진의 지시를 아무런 담보 확보 조치 없이 그대로 따른 점, 종국적으로 대여 원금 전액과 미회수 이자액 등이 결손처리되어 경영상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 점, 이 사건 대여와 관련하여 총무부장도 해고되는 등 징계가 형평에 반한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해고의 징계양정이 과중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2014. 7. 10. 선고 2012다100760 판결 등 참조). 기록상 확인되는 아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해고는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해 해고의 징계양정이지나치게 과중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직무상 의무 위반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원고가 임원들의 배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까지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이 사건 해고의 전제가 된 이 사건 징계사유가 전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원고가 기획부장으로서 관련 실무를 제반 규정에 부합하게 처리하여 참가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건 대여에 관한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은 원고가 아니라 재향군인회 전임 회장 등을 비롯한 임원진이고, 원고로서는 이들의 의사결정과 명시적인 지시에 반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지위에 있었음은 분명하고,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로 지적된 것처럼 이 사건 대여에관한 문제제기나 보고를 제대로 하였더라도 그것이 충분히 수용되었을지는 의문이다.
2) 재향군인회 회장, 참가인 대표이사 등 관련 임원들이 전부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이 사건 대여에 관한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실무자에불과한 원고에 대해서까지 참가인이 도저히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임원진 교체 후 원고는 곧바로 기획부장에서 총무부 실무자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 이러한 보직 변경에 더하여 해고보다 경한 징계처분을 통해서는 원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제재를 가하고 직장 내 질서를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이 사건 대여금이 2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고, 2차례에 걸친 변제기 연장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원리금 대부분이 상환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참가인도C㈜로부터 2024. 3. 18. 15억원을, 2024. 5. 14. 2억원을 변제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아직도 미회수 원리금이 일정 부분 남아있기는 하나, 이처럼 뒤늦게라도 상당한 수준의 원리금이 변제되어 참가인의 손해가 어느 정도 회복된 이상, 적어도 원고에 대한징계양정이 적정한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사후적인 사정이 충분히 참작될필요가 있다.
4) 참가인의 총무부장이 이 사건 대여와 관련하여 해고를 당하였는데도 별다른 불복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정년이 1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원고의 해명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으므로, 위 징계사실을 근거로 이 사건 해고가 징계 형평에 부합한다고 막연히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외에 참가인이 들고 있는 사례들도 징계사유의내용, 비위의 정도 등이 원고의 경우와 달라 그대로 참조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나머지는 패소한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