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가 객관적 자료의 일부 부존재를 이유로 처분 시 인정했던 원고의 직업력을 번복, 부정하며 우하엽 폐암과 원고의 시멘트 운반 작업간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는 사안에서,
원고의 직업력에 대한 피고의 당초 판단이 합리적이었다고 보고, 원고의 분진 노출 작업이 그의 흡연 이력과의 상승 작용을 일으켜 우하엽 폐암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
서 울 행 정 법 원
판 결
사 건 2023구단77842 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A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 2025. 4. 17.
판 결 선 고 2025. 6. 12.
주 문
1. 피고가 2023. 9. 12.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한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간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한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증명 정도에 관하여 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재해 발생 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해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1999. 1. 26. 선고 98두10103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7, 11 내지 15, 17, 21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대학교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로 인해 발병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시멘트나 석회석 분진 속 실리카에는 유리규산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국제암연구소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가 정한 명백한 발암 물질 중 하나다. 그리고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국내 시멘트 제조 사업장 7개소에 대하여 역학조사를 마친 후 발표한 ‘시멘트산업 근로자의 건강영향평가 – 암 발생을 중심으로’에 의하면, 원고가 수행한 시멘트 상차 등 업무의 누적 분진 노출량이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근무하였던 1970년대는 더욱 심각한 발암물질인 석면이 사용되던 시절이었고,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원고가 근무한 H C 공장에서도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를 다량 제조하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2) 처분사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피고는 원고가 1972년부터 1984년까지 약 11년 5개월의 기간 동안 시멘트 원료 상차 및 운반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인정하였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인 D대학교 E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F가 폐암에 있어서 발암 물질에 노출된 기간이 10년 이상일 때 직업과의 연관성을 높은 쪽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원고는 업무 기간 동안 1)항에서 본 여러 발암 물질들에 유의미하게 노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감정의 F 또한 이러한 취지에서 ‘원고의 작업 장소와 내용을 고려할 때, 시멘트 분진에 함유된 유리규산, 석면, 또다른 발암 물질인 6가 크롬 등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에 비해 과거 노출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원고의 작업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소견하였다. 그리고 시멘트 공장근로자의 폐암 발생 위험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확정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석면 시멘트 제조 근로자에게서 폐암의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4) 비록 원고에게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은 2018년으로, 그 원인으로 지목된 사업장에서 퇴사한 후로부터 약 34년이 지난 때였고, 건강검진결과(각 건강검진 결과마다 다소 다르긴 하나) 원고가 적어도 하루 평균 20개비의 담배를 20년 이상 폈던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직업성 암의 잠복기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직업성 호흡기암의 경우 평균 잠복기가 23.5년(±8.6년)이고, 특히 석면의 경우 잠복기가 노출 후 30~40년 정도라는 감정의 F의 소견을 고려하면, 사업장 퇴사 후 발병까지 걸린 기간을 이유로 업무와의 관련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흡연자라고 하더라도 폐암 발암 물질에 노출되었다면 상승적으로 폐암 발생 위험이 증가될 수 있으므로, 원고의 흡연력을 이유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5) 한편 피고는 진료기록 감정 촉탁에 대한 회신이 도착한 후,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원고의 근무 기간은 1972. 7. 18.부터 1977. 5. 31.까지 및 1984년 등 총 6년 남짓이고 구체적 근무 내용도 확인할 수 없다며, 당초 원고의 직종 및 근무 기간에 관해 스스로 내렸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1977년 6월경부터 1983년까지 원고의 근무 이력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존재함은 이 사건 처분 시나 변론 종결일 현재나 동일하다. 다만 피고는 원고가 1972년부터 1977년 5월까지 G에서 근무하였음은 경력증명서를 통해, 1984년경 B 주식회사 C공장에서 근무하였음은 소득금액증명을 통해 각 증명되었으므로, 원고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기간 동안에도 계속 같은 업무에 종사하였을 것이라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뒤늦게 불리한 감정 결과가 현출되자 객관적 자료의 부존재를 문제 삼으며 이를 다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그로부터 멀지 않은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원고의 보험급여원부에 원고의 직종이 ‘벌크추레라 운전원’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원고는 1988년경 우측 슬관절 내측 측부 인대파열로 요양 및 휴업급여를 지급받은 이력이 있다), 피고의 위 주장은 객관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서울행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