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발령된 1975년 이전부터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안임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것에 관하여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음(대법원 2025. 11. 13. 선고 2025다210098 판결)
1. 사안의 개요
▣ 원고들은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하 ‘이 사건 훈령’)이 발령된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되었음
▣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후 근로를 강요받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의피해를 입었음
▣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단속을 통한 원고들에 대한 강제수용은 피고의 위헌ㆍ위법한 이 사건 훈령의 발령 및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배상을 청구함
2. 소송의 경과
▣ 제1심 ➠ 원고들 일부 승
● 피고는 위헌ㆍ위법한 이 사건 훈령의 발령과 부랑아 단속 및 형제복지원과의 위탁계약을 통한 강제수용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현실화함.이 사건 훈령의 발령 및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임
● 위자료는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도 참작하여 산정함
▣ 원심 ➠ 원고들 일부 승
●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함은 1심과 판단을 같이함
● 위자료는, 1975년 이전 단속 및 강제수용에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을 참작하지 않은 채 산정함(즉, 원고들에 대한 인용액이 1심보다 감액됨)
3. 대법원의 판단
가. 쟁점
▣ 피고가 이 사건 훈령 발령 전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단속 및 형제복지원강제수용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는지 여부
나. 판결 결과
▣ 파기환송(일부)
다. 판단 근거
▣ 피고가 이 사건 훈령 발령 전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볼 수 있음
● 피고는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고, 이러한 기조는 이 사건 훈령 발령으로 이어짐. 피고는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를 이 사건 훈령 제정을 통해 확대함
● 피고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일제 단속을 시행함. 1970년 한 해 동안 단속된 부랑인은 5,200명에 달하는데, 그 중 귀가 조치된 2,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됨. 부산시는 이후에도 1974년까지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하였는데, 1973. 8. 11.경 그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하여 구청 등에 하달하기도 함
●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피고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볼 수 있음
4. 판결의 의의
▣ 대법원은, 이 사건 훈령 발령 이전에 단속되어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에 관하여도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기간에 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단 부분을 파기ㆍ환송함
▣ 대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훈령 발령 전부터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를 지속하였고, 이는 위헌ㆍ위법한 이 사건 훈령의 발령으로 이어졌으므로, 이사건 훈령 발령 이전 있었던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하여 위법한 국가작용이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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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5다210098 손해배상(기)
원고, 상고인 1. A
2. B
3. C
4. D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주언, 윤재철, 이나라, 정상규, 김다영,
김승유, 박지현, 임예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진심(담당변호사 이정민, 류제성)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담당변호사 권혁근, 정주형)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예주(담당변호사 안상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심(담당변호사 이동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대로(담당변호사 조애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해(담당변호사 이미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늘(담당변호사 이덕욱)
5. E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호(담당변호사 윤석상, 김소라)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담당변호사 박상오, 정이영)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25. 1. 16. 선고 2024나2004450 판결
판 결 선 고 2025. 11. 13.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F’은 1960년경 G이 부산 남구 H에서 설립·운영한 미인가 육아시설이다. F은 1962년경 부산 남구 I으로 이전하였고, 1965년 운영주체를 재단법인으로 변경한 이후 부산시로부터 아동복리시설 인가를 받았다. 위 재단법인은 1970년경 명칭을 ‘J’으로 변경하였고, 1971년에는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목적사업도 육아사업에서 부랑아 사업으로 변경하였다. 사단법인 J은 1976년 부산 북구 K으로 이전하였고, 1979년 명칭 을 ’사단법인 L’으로 변경하였다(이하 운영주체, 명칭 변경과 무관하게 위 시설 또는 그 운영 주체를 지칭할 때 ‘L’이라고 한다).
나. 내무부장관은 1975. 12. 15.경 부랑인의 단속·수용·보호를 목적으로 「부랑인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내무부훈령 제410호, 이하 ‘이 사건 훈령’이라고 한다)을 발령하였다. 이 사건 훈령의 주된 내용은,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경찰과 합동으로 부랑인 단속반을 편성하여 정기 또는 수시로 부랑인 단속을 실시하고, 단속된 부랑인 중 연고가 불확실한 사람을 시·도 단위로 설치된 부랑인수용시설에 위탁 수용하게 하였고, 해당 관청의 공무원이 피수용자의 이탈방지를 책임지며, 부랑인명단을 작성하는 등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 부산시는 1975. 7. 25.경 L과 부랑인의 수용·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 ‘부랑인 선도(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이래 1986. 12.경까지 위 계약을 매년 갱신하였다. 그에 따라 L은 단속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훈령 등에 기해 단속된 부랑인의 신병을 인계받아 수용하였다.
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정부가 부랑인 정책 및 제도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에 의하여 또는 이들의 허가·지원·묵인 하에 부랑인으로 지목한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단속하여 1960. 7. 20.부터 1992. 8. 20.까지 운영되었던 L에 장기간 자의적 구금을 했고, 그 과정에서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등이 자행되고 사망․실종 등의 결과가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하 ’L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2022. 8. 23.과 2023. 2. 7. 각각 ‘L 인권침해사건이 위법하고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총체적 인권유린 사건임을 확인한다’면서 원고들을 포함한 L 피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훈령은 위헌·위법하여 무효이고 이 사건 훈령의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부랑인 단속 및 L에서 이루어진 강제수용 등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나. 이 사건 훈령의 발령 및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원고들은 1975년 이전 L에 강제수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들이 수용될 당시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도위자료 산정에 참작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대법원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의 수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1) 1950년대 이후 피고 정책의 초점은 전쟁ㆍ생활고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었거나 가족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요보호자에 해당하는 18세 미만 아동, 즉 ’부랑아‘를 관리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그 방식은 주로 경찰 등 공권력으로 부랑아를 단속하여 시설에 수용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는 이 사건 훈령이 제정되기 전인 1974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기조는 이 사건 훈령의 발령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훈령이 제정된 이후부터 피고가 부랑아를 단속하고 시설에 강제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피고는 그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부랑아를 단속하고 시설에 강제로 수용하다가 이 사건 훈령 제정을 통하여 그러한 정책을 더욱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특히 피고는 1970. 3.경 개최될 ’M‘을 앞두고 서울, 부산 등지에서 ’도시 정화‘, ’대외 이미지 개선‘을 내세워 걸인, 부랑인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시행하였다. 특히 부산시는 ’아시아지역 제1관광국으로의 발돋움을 위한 관광 관문‘을 표방하면서 일제 단속을 시행하였는데, 1970년 한 해 동안 부산시가 단속한 부랑인은 5,200명에 달하였고, 이 중 연고자가 있어 귀가 조치된 2,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되었다.
부산시는 이후에도 1974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1973. 8. 11.경 단속과 수용 등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여 구청 등에 하달하였다.
3)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이 1975년 이전에 L에 강제로 수용되었다면, 이는 피고의 위와 같은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일환으로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4) 결국 피고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원고들의 강제수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1975년 이전에 L에 강제수용된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국가배상책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고들의 청구 중 일부를 기각하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 항소를 하였더라도 제1심판결의 심판대상이었던 청구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항소심에 이심되나, 항소심의 심판범위는 이심된 부분 가운데 피고가 불복 신청한 한도로 제한되고, 나머지 부분은 원고들이 불복한 바가 없어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어 소송이 종료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99다30312 판결, 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4다2151, 2168 판결 등 참조). 제1심판결 중 원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원고들의 청구가 일부 기각된 부분은 원심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어 소송이 종료되었다. 따라서 상고심 심판대상은 제1심판결에서 원고들의 청구가 인용된 부분 중 원심판결에서 기각된 부분이고, 파기의 범위도 여기에 한정된다.
5.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엄상필
주 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박영재
<대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