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4다287080 통행방해금지 및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청구의 소
원고, 상고인 A
피고, 피상고인 B
원 심 판 결 수원고등법원 2024. 9. 12. 선고 2023나21197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1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가.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의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20. 12. 10. 강제경매로 인한 매각을 원인으로 광주시 H 전 1,041㎡(이하 ‘I 토지’라 한다)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피고는 I 토지와 연접한 광주시 J 전 640㎡(이하 ‘K 토지’라 한다)의 소유자이다.
2) 원고는 K 토지를 통해 맹지인 I 토지를 출입하며 수박이나 두릅 등을 경작하였다.
3) 피고는 2021. 8. 12.경 K 토지에 펜스(이하 ‘이 사건 펜스’라 한다)를 설치하여 원고가 더 이상 K 토지를 통행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4) 한편 I 토지와 K 토지 근처에 하천이 흐르는데, 제1심 변론종결 후 광주시는 위 하천 옆으로 폭 1m 정도의 시멘트 포장길(이하 ‘둑길’이라 한다)을 설치하였다. 공로와 이어진 위 둑길을 따라 걷다가 둑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에 있는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를 통과하면 I 토지가 나타난다. 이 사건 임야는 광주시 D, E, F 토지로 이루어져 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K 토지가 I 토지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거나 K 토지대신 둑길과 이 사건 임야를 이용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는 둑길과 이 사건 임야를 통해 I 토지에 도달할 수 있다.
2) 이 사건 임야가 경사지고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이 있으나 경사지와 배수로를 피해 통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위 경사지와 배수로 구간을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K 토지의 경사 역시 상당하고 K 토지에도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이 존재하므로 K 토지를 통행하는 것이 이 사건 임야를 통행하는 것보다 더 용이하다고 할수 없다.
3) 이 사건 임야는 야산인 반면, K 토지에는 농작물이 다수 식재되어 있다.
4)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들이 원고의 통행을 불허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5) 이 사건 임야의 잡목 제거 등 통행로 개설에 소요될 비용이 K 토지의 통행로 개설에 소요될 비용보다 과다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
6) 둑길의 폭에 비추어 원고가 주장하는 농기계나 농자재 운반기구의 통행도 가능할것으로 보인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민법 제219조 소정의 주위토지통행권은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 소유자가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도 인정할 수 있고(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3580 판결 등 참조), 이미 기존의 통로가 있더라도 그것이 당해 토지의 이용에 부적합하여 실제로 통로로서의 충분한 기능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대법원 1994. 6. 24. 선고 94다14193 판결,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2다53469 판결 등 참조).
주위통지통행권은 공로와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피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무릅쓰고 특별히 인정하는 것이므로, 통행로의 폭이나 위치, 통행방법 등은 피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가장 적게 되도록 하여야 하고, 이는 구체적사안에서 쌍방 토지의 지형적ㆍ위치적 형상과 이용관계, 부근의 지리 상황, 인접 토지이용자의 이해관계 기타 관련 사정을 두루 살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75300, 75317, 75324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2016다39422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둑길과 이 사건 임야가 I 토지를 위한 통로로서 충분한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는 K 토지를 통행하지 않고서는 공로로 출입할 수 없거나 공로로 출입하는 데 과다한 비용을 요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I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 피고가 이 사건 펜스를 설치하기 전까지 K토지를 통하여 I 토지에 출입하면서 수박, 두릅 등을 경작하였다. 원고가 K 토지 중 주위토지통행권의 확인을 구하는 통행로(이하 ‘이 사건 통행로’라 한다)의 일부 구간이 경사져 있고 통행로 중간에 배수로가 존재하기는 하나, 폭 1m, 전체 길이는 약 35m에불과하며, K 토지의 한쪽 경계를 따라 위치한 통행로이다.
나) 반면, 둑길을 통해 I 토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둑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이사건 임야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임야는 경사가 심하고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도 존재하여 사람은 통행할 수 있더라도 농작물이나 경작에 필요한 장비 등을 운반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둑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I 토지까지 이 사건 임야를 최단거리로 이동하더라도 그 거리가 약 76m에 이르고, 소유자가 각기 다른 3개 필지의 토지를 통과하여야 한다.
다) 둑길이 설치되기 전에 그곳에 있던 길은 바닥에 흙과 돌, 나무뿌리 등이 드러나있고 하천 쪽으로 경사져 있어서 사람의 통행도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이 사건 임야 역시 I 토지를 위한 통행로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통행로로 사용되었다는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라) 결국 이 사건 통행로로 통행하는 것이 피고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보인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통행로에 대한 주위토지통행권의 확인 등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주위토지통행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청구의 선택적 병합은 양립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청구권에 의하여 동일한 취지의 급부를 구하거나 양립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형성권에 기하여 동일한 형성적 효과를구하는 경우에 어느 한 청구가 인용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여러 개의 청구에 관한 심판을 구하는 병합 형태이다. 이와 같은 선택적 병합의 경우에는 여러 개의 청구가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적 청구 중 하나만을 기각하고 다른 선택적 청구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대법원2017. 10. 26. 선고 2015다42599 판결 등 참조). 수개의 청구가 제1심에서 선택적으로병합되고 그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대한 인용판결이 선고되어 피고가 항소를 제기한때에는 제1심이 판단하지 아니한 나머지 청구까지도 항소심으로 이심되어 항소심의 심판 범위가 되므로, 항소심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 중 어느 하나를 임의로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으나,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할 경우에는 원고의 선택적 청구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선고 2009다12580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를 상대로 ➀ 이 사건 펜스의 철거 또는 통행의 허락청구(이하 ‘제1청구’라 한다), ➁ 이 사건 통행로에 관한 주위토지통행권의 확인 및 통행방해금지청구(이하 ‘제2청구’라 한다), ➂ 광주시 L 토지에 관한 통행방해금지청구(이하‘제3청구’라 한다), ➃ 금전지급청구(이하 ‘제4청구’라 한다)를 하였다.
2) 제1심은 제1청구 중 이 사건 펜스의 철거청구 및 제2청구를 인용하였고, 제3청구 부분은 각하하고, 제4청구는 기각하였다. 제1심은 제1청구 중 이 사건 펜스의 철거청구와 통행허락청구가 선택적 병합관계에 있다고 보아 이 사건 펜스의 통행허락청구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만 항소하였다.
3) 원심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면서, 제1청구 중 이 사건 펜스의 통행허락을 구하는 부분은 원고가제1심에서 패소하고도 항소하지 아니하여 원심의 심판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보아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청구의 이 사건 펜스의 철거청구와 통행허락청구는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지 않아 선택적으로 청구를병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원고의 선택적 청구인 제1청구 중 어느 하나를 인용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함에 따라 제1청구 전부가 원심으로 이심되어 원심의 심판 범위가 되므로, 원심이 제1청구를 모두 기각할 경우에는 이 사건 펜스의 철거청구및 통행허락청구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제1청구 중 이 사건 펜스의 통행허락청구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청구의 선택적 병합에 있어서 항소로 인한 항소심 심판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도 원심판결에는 파기의 사유가 있다.
3.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서경환
주 심 대법관 신숙희
대법관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