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3도17590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강율
담당변호사 강신중, 이은실, 김진
환 송 판 결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
원 심 판 결 광주지방법원 2023. 11. 16. 선고 2022노2565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1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2년 무렵부터 전남 나주시에 있는 B농업협동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의 경제상무로 근무하면서 판매총괄, 공판장 경매 및 시설물 관리, 계리업무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4. 1. 8. 이 사건 조합에서 퇴사하였다. 피고인은 2014년 8월 무렵 나주경찰서에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 C에게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CCTV 영상자료, 꽃배달내역서, 무통장입금의뢰서, 무통장입금타행송금 전표, 거래내역확인서 및 지급회의서 등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들을 첨부하여 함께 제출함으로써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고소․고발에 수반하여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준 행위는 구「개인정보 보호법」(2016. 3. 29. 법률 제141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인정보보호법’이라 한다)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에서 정한 개인정보 ‘누설’에서 제외할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것에정당한 이유가 없으며,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59조 제2호).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고소ㆍ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ㆍ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2년 무렵부터 이 사건 조합의 경제상무로 근무하면서 판매총괄,공판장의 경매 및 시설물 관리, 계리업무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4. 1. 8. 사직하였다.
2) 피고인은 2014년 8월 무렵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 C가 조합원들에게 수박등을 제공하여 금지된 기부행위를 하고, 조합 명의로 제공하여야 할 축의․부의금품을 C 명의로 함으로써 농업협동조합법 등을 위반하였다는 취지로 고발하였다. 피고인은 위 고발장에 공판장에서 과일을 구입하는 C의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 축의․부의․화환 제공과 관련된 꽃배달내역서, 무통장입금의뢰서, 무통장입금타행송금 전표 및 거래내역확인서 등을 범행의 증거자료(이하 ‘이 사건 증거자료’라 한다)로 첨부하였다.
3) C은 조합의 경비로 경조사에 축의․부의금품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조합의 경비임을 명기하여 조합의 명의로 하여야 함에도 자신의 이름인 ‘C’을 기재하여 축의금을 제공함으로써 선거인인 조합원에게 기부행위 등을 하였다는 농업협동조합법위반죄,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위반죄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처벌을 받았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고발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 사건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고발한 범죄혐의의 증거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 사건 증거자료를 제출하였고, C은 피고인의 고발을 계기로 농업협동조합법위반죄 등으로 처벌받았다. 피고인이 제출한 이 사건 증거자료는 고발한 범죄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료들이므로 피고인이 C을 고발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와 무관하게 고발행위에포함된 공익적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
2)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제출된 CCTV 영상은 C이 공개된 장소인 공판장에서 수박을 구입하여 차량에 싣는 모습을 촬영한 것에 불과하다. 꽃배달내역서, 무통장입금의뢰서, 무통장입금타행송금 전표 및 거래내역확인서 등은 일정 범위의 사람들에게 공개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료에 해당할 뿐 아니라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위와 같은 개인정보의성격에다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가 공공기관의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인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C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특정 범죄사실을 고발하는 경우에 고발장 등에 일정 부분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적법한 방식의 고발을 위해서는 C이 언제, 누구에게 돈이나 물건을 주어 농업협동조합법위반 등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수밖에없다. 또한, 수사기관이 고발장, 이 사건 증거자료 및 그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수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위험성은 크지 않다.
4)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 선거결과, 조합장 지위의 인정 여부 등은 이 사건 조합의 적절한 운영ㆍ관리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으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 및임ㆍ직원을 포함한 다수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증거자료가 활용되지 못한다면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여지도있다.
라. 그럼에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이 사건 증거자료를 제출한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신숙희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노태악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서경환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마용주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