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도11886 판결문) 단체협약 규정 어긴 버스기사 휴가 반려 정당

 


대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21도11886 근로기준법위반
피 고 인 A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성헌
담당변호사 박보영, 김재윤, 문지영
원 심 판 결 부산지방법원 2021. 8. 19. 선고 2021노891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17.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연제구 B 소재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300명을 고용하여 시내버스 운수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 유급휴가(이하 ‘휴가’라 한다)를 주어야 함에도, 피고인은 2019. 7. 5.경 위 사업장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 중인 근로자 D(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한다)이 ‘2019. 7. 8.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하였으나, 단체협약상 휴가 사용 3일 전에 신청하여야 함을 이유로 휴가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가. 이 사건 회사가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휴가를 사용하기 3일전에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특성, 공익성 등에 비추어, 위 규정이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근로자는 위 규정에서 정한 기한이 지나 휴가를 신청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여 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권리를 침해한 것이거나, 피고인이 휴가를 부여하지 않음에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권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성립하고(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내지 제4항), 다만 근로자가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면 사용자의 적법한 시기변경권의 행사를 해제조건으로 그 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 되는 것으로(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죄는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적법한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99도317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 있어서는 대체근로자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 있어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 등에 소요되는 합리적인 기간에 관하여 노사가 합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해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까지 휴가에 관한 권리가 제한된다고 해석되지 않는 이상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과 관련하여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데도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 없이 그 기한을 준수하지 않고 휴가를 청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용자가 지정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발생시켜 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회사가 속한 사용자단체인 E조합이 2019. 6.경 교섭대표노동조합인 F단체 G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은 ‘근로자는 휴가신청을 3일 전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규정을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2) 이 사건 근로자는 2019. 7. 5. 15:30경 H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중 이 사건 회사의 관리과장 I에게 전화하여 ‘2019. 7. 8. 오후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하였으나, I은 ‘위 일시에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3) H 버스는 총 21대인데 그중 2대가 2019. 7. 8. 오후에 운휴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19. 7. 8. 오후 출근하지 않았고, 결국 같은 날 오후 H 버스 중 3대(같은 날 오후 사고로 운행을 중단한 1대 제외)가 운휴하였다.


4) 이 사건 회사의 승무운전직은 특정 버스를 운전하는 전속승무원 및 전속승무원이 휴무 등으로 결근할 경우 해당 버스를 대신 운전하는 예비승무원으로 구성되고, 1일 2교대(오전ㆍ오후)로 버스를 운행한다. 이 사건 근로자는 H 버스를 운전하는 전속승무원이다.


5) 이 사건 회사가 운행하는 노선버스 중 H, J 및 K이 L 차고지를 같이 사용하는데, 2019. 7. 8. 자 배차표상 애초 휴무, 휴가 또는 별도 사유로 결근이 예정된 근로자(이하 통틀어 ‘휴무자 등’이라 한다) 외에 예비승무원을 비롯하여 L 차고지의 나머지 승무운전직은 모두 버스를 운행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에 휴가를 주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함에 따른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시내버스는 기본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그 공익성에 비추어 차량운행이 예정된 시간에 맞춰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은 버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월요일이었고, 이미 H 버스 중 2대가 운휴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에 휴가를 부여하면 배차간격이 더 길어져 H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감수하여야 할 교통상 불편이 가중되므로 사용자인 피고인으로서는 대체근로자를 확보해야 한다.


2) 부산지역 버스업계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하여 이 사건 규정을 두었으므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기간이라고 노사가 상호 합의한 기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규정은 그 기한을 3일로 정하고 있는데, 3일이라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시기지정권을 박탈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장기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3)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기한을 준수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음은 확인되지 않는다.


4) 이 사건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일에 휴무자 등을 제외한 L 차고지 소속 나머지 승무운전직들은 모두 버스를 운행할 예정이었으므로 이들 중 대체근로가 가능한 사람은 없었다.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제59조가 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어 2019. 7. 1.부터 시행되면서 승무운전직의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으로 제한됨에 따라 피고인은 연장근로를 통하여 대체근로자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이 사건 회사의 승무운전직 인원이 만성적으로 부족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의 시기변경권 행사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그렇다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시기변경권의 행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이숙연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이흥구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오석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노경필 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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