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다263758 판결문) 급발진 의혹 사고에서 제조사 책임이 유일하게 인정됐던 판결 대법원에서 번복, "페달 오조작 가능성" 판단

2018년 5월 A씨는 BMW 승용차를 운전해 논산 방면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한 사고로 A씨와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던 배우자는 사망, 당시 A씨 차량은 비상 경고등이 켜진 채 약 300m를 시속 200㎞로 달렸고 사고로 차량은 전소

 

급발진 의혹 사고에서 제조사 책임이 유일하게 인정됐던 판결이 대법원에서 번복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

대법원은 차량 결함에 대한 증명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0다263758 손해배상(기)
원고, 피상고인 1. A 2. B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전
담당변호사 이인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치훈, 김미전
피고, 상고인 1. C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석, 강지현
피 고 2. D
3. 주식회사 E
원 심 판 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8. 11. 선고 2019나54506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18.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C 주식회사의 패소 부분과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F은 2018. 5. 4. 10:50경 G를 태우고 (차량번호 1 생략) BMW 528i 승용차(이하‘이 사건 자동차’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호남고속도로지선을 회덕 방향에서 논산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유성IC 부근에서 갓길로 진행하다가 우측 유성톨게이트 진출로에서 그대로 직진하여 전방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이 사건 사고로 F과 G가 사망하였다.

 

나. 원고들은 F과 G의 자녀이고, 피고 C 주식회사는 이 사건 자동차의 수입회사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자동차는 이 사건 사고 무렵 약 300m를 200㎞/h 이상의 속도로 고속주행하면서 다른 자동차들이 달리지 않는 갓길을 굉음을 울리면서 진행하였다. 이러한고속 주행 중 이 사건 자동차에는 비상 경고등이 작동되고 있었다.


나. 이 사건 사고는 오전 10시 50분에 발생하였고 당시 날씨는 맑았다. F은 이 사건 사고 장소에 도달하기 전에는 80㎞/h부터 100㎞/h까지의 속도로 이 사건 자동차를 운행하였고, 조수석에는 남편 G가 탑승하고 있었다. F은 당시 만 66세의 여성으로 건강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과속 등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받은 사실도 없다.

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는 F이 정상적으로 이 사건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던 상태에서 제조업자인 피고 C 주식회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추정되므로 피고 C 주식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차량 엔진상의 결함이 있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여 F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러므로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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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7. 4. 18. 법률 제14764호로 일부 개정된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도 ‘피해자가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그러한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으며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자동차의 결함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이 추정되려면, 이 사건 사고가 F이 이 사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피고 C 주식회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 원고들은 운전자의 조작과는 달리 이 사건 자동차가 급가속 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른바 ‘급발진 사고’ 유형에서 사고가 자동차를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음을 증명하려면 운전자가 급가속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정, 즉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는 자동차의 결함으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운전자의 페달 조작에 관한 객관적인 영상이나 기록 등 직접적인 증거가 있으면 이를 통해서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추인시키는 간접사실을 통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페달 조작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들도 간접사실을 통해서 F이 페달을오조작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2) 그런데 원고들이 들고 있는 사정, 즉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자동차가 비정상적으로 주행하였다는 정황, 이 사건 사고 직전에는 이 사건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하였다는 정황, F의 운전경력 등의 사정은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추인시키는 간접사실로 보기에 부족하다.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사고가 매우 이례적이었음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F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자동차는 전소되었다. 만약 이 사건 자동차의 급가속이처음 발생한 시점과 그 당시 도로의 상황, 급가속 이후 속도의 변화와 주행 상황, 급가속이 발생한 상태가 지속된 시간 등 이 사건 자동차의 급가속 경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정을 알 수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자동차의 급가속이 F의 페달 오조작으로인한 것인지 여부를 짐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자동차가 어느 지점부터 어떠한 경위로 급가속을 하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나아가 이사건 자동차에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결함을 의심할 만한 전조 증상이 있었다거나 동종 차량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하였다는 등 이 사건 자동차 급가속의 원인으로 의심할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4)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자동차 주변 차량들의 블랙박스에는 이 사건 사고 발생으로부터 약 10초 전부터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이 사건 자동차의 모습이 녹화되었는데, 위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자동차의 제동등은 점등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에는 제동등 점등과 같이 F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을 추인할 만한 사정도 없다. 오히려 대부분 차량의 제동등은 브레이크 페달과 연결된 스위치로 작동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제동등이 점등되고 여기에 엔진이나 브레이크 계통의 이상은 간섭할 여지가 거의 없음을 고려하면, 제동등이 점등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사건 사고 당시 F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할 따름이다.


5) 원심은 자동차 엔진의 결함이 있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질 가능성을 근거로 들면서 F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자동차 엔진의 결함과 브레이크 페달의 기능 사이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F이 이 사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운전하였음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6) 그렇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자동차가약 200㎞/h의 속도로 주행하였던 것이 F이 착오 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F이 이 사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피고 C 주식회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가 F이 정상적으로 이 사건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던 상태에서 제조업자인 피고 C 주식회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제조물책임의 증명책임 완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있다.


4. 파기의 범위
가.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서로간의 다툼을 하나의 소송절차로 한꺼번에 모순 없이 해결하는 소송형태로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하고(민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그 중 일부 공동소송인에 대하여만 판결을 하거나 남겨진 자를 위하여 추가판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서 주위적 공동소송인과 예비적공동소송인 중 어느 한 사람이 상소를 제기하면 다른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 부분도 확정이 차단되고 상소심에 이심되어 심판대상이 되고, 이러한 경우 상소심의 심판대상은 주위적․예비적 공동소송인들 및 상대방 당사자 간 결론의 합일확정 필요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다43355 판결, 대법원 2013. 1.10. 선고 2010다4486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원고들의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일부 기각하였으나, 원고들의 피고 D, 주식회사 E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C주식회사만 그 패소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한편 원고들의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와 원고들의 피고 D, 주식회사 E에 대한 각 청구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관계에 있으므로, 위 상고로 원고들의 피고 D,주식회사 E에 대한 청구 부분도 당심에 이심되어, 결국 원고들의 피고 D, 주식회사 E에 대한 각 청구도 모두 당심의 판단대상이 된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 C 주식회사의 패소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원고들과 피고 C 주식회사 및 피고 D, 주식회사 E 사이에 결론의 합일확정 필요성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C 주식회사의 패소 부분과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부분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5.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 C 주식회사의 패소 부분과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서경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신숙희
주 심 대법관 마용주

 

2020다263758_판결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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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